-초점은 승객인 임원의 월권 행사
-기장이 자세히 못 듣고 되돌린 듯
-오너家 타면 승무원 부담 심해
-조사후 기장 권한 위축될까 우려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000 (국내항공사 현직 기장)
어제 하루 종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사건, 대한항공 사주의 장녀인 조현아 부사장이 비행기를 리턴시켰던 이 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국토부가 이 부분에 대해서 불법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히고 나서자 대한항공 측에서 "비행기 리턴은 조 부사장과 기장의 협의 하에서 이루어진 일이다"라고 밝혀서 기장의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현직 기장들은 지금 너나 할 것 없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떤 이유인지 오늘 국내 항공사의 현직 기장을 직접 연결해 보겠습니다. 인터뷰는 익명·음성변조로 진행합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재홍의 뉴스쇼 듣기]
◆ ○○○> 안녕하세요?
◇ 박재홍> 기장님, 일하신 지는 얼마나 되신 건가요?
◆ ○○○> 항공사 일한 지는 지금 25년이 다 가고 있습니다.
◇ 박재홍> 거의 30년 가까운 경력을 갖고 계시고요. 어제 조현아 부사장 파문을 접하시고 가장 먼저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 ○○○> 한마디로 착잡하죠.
◇ 박재홍> 착잡하다. 왜 그런 느낌이 드셨나요?
◆ ○○○> 먼저 정확한 내용은 조사가 끝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지금까지 기사화된 내용이나 직간접으로 전해들은 내용을 근거로 답변한다면 이번 사건의 핵심은 승객의 자격으로 탑승한 회사 임원이 권한 이상으로 항공기 운항에 대해서 관여했다는 것입니다. 리턴 지시가 기장의 권한을 침해하는 불법적 소지가 있었느냐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책임이 마치 승무원에게 있는 것처럼 왜곡되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것이 안타깝다는 겁니다.
◇ 박재홍> '승객으로 탄 임원이 기장의 권한을 침해했다.' 이렇게 보신단 말씀인데요. 지금 많이 나오는 용어 중 하나가 '램프 리턴'이거든요. 그러니까 이 용어는 활주로를 향하던 비행기가 출발했는데 다시 탑승게이트로 돌아오는 것을 말하는 거죠?
◆ ○○○> 네. 램프라는 건 주기장을 말합니다, 항공기가 서 있던 장소요. 램프 리턴하는 경우는 여러 가지 상황이 있는데 항공기결함 또는 기상상태, 테러나 폭파 위협 등 안전운항에 지장이 있거나 기타 여러 사유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공항 당국에서 지시할 수도 있고 항공회사의 지시 또는 자체적인 기장의 판단으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경우와 사례는 다양하다고 말할 수 있죠.
◇ 박재홍> 그렇다면 가장 최종적인 판단은 기장이 하게 된다는 말씀이신 거네요?
◆ ○○○> 기장이 판단을 해야 되는데, 어떤 경우 기장이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 있죠. 테러나 폭파 위험 때문에 항공기가 반드시 와서 점검을 해야 된다든지 조치가 필요할 경우에는 그것을 거부할 기장은 없겠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 박재홍> 항공기 안에 특별한 응급환자가 발생할 수도 있고요. 그러면 이번에는 기장님은 어떻게 보세요?
◆ ○○○> 회사에서도 지금 발표를 했듯이 지금 상황을 들어보면요. 원래 항공기의 출발을 위해서 비행기를 뒤로 밀거든요, 그래서 항공 용어로 '푸시백'이라고 하는데. 푸시백 과정을 막 시작하려는 시동 직전에 이번 상황이 발생 된 것 같습니다. 전해들은 바로는 기장에게 정확한 내용전달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기내서비스에 문제가 있다'라고 보고를 받았거든요. 그래서 대부분 시동 전에 바로 조치가 가능하다면 바로 항공기가 스톱해서, 그것이 작은 문제라도 안전에 지장이 있다면 해결하려고 하겠죠.
◇ 박재홍> 그런데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내용이 사무관이 조 부사장에게 땅콩을 봉지채로 건네서 규정이 뭐냐고 사무장에게 물은 것부터 사건의 발단이 되었던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이런 사건의 내용 자체가 기장에게 잘 전달돼서 리턴한 걸로 보시는 거예요?
◆ ○○○> 그 내용은 자세한 조사 후에 알 수 있겠지만, 그 당시에 기장은 그런 상황이 있었는지는 몰랐다고 전해 들었거든요.
◇ 박재홍> 그렇죠?
◆ ○○○> 나중에 (비행기가) 떠서 알았다고 들었거든요.
◇ 박재홍> 그렇죠.
◆ ○○○> 만약에 제가 기장이라도 땅콩 문제로 그랬다면 그런 것으로 절대 비행기를 되돌리지는 않죠. 그리고 그것은 규정을 떠나서 일반 상식에 의해서 판단하는 거죠.
◆ ○○○> 그러니까 협의됐다는 얘기가 자꾸 나오는데 저는 정확히 협의됐다는 의미가 무슨 뜻으로 말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예를 들어서 최종적인 결정은 어차피 기장이 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정확한 원인 제공과 상관없이 기장이 결정했다면 그것을 협의된 걸로 볼 수 있냐는 거죠. 예를 들어서 잘못된 정보나 정확하지 않은 정보 전달이 있었는지, 또는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하는 데 외부 압력은 없었는지 그런 정황이 고려돼야죠.
◇ 박재홍> 그리고 명령을 내렸던 분이 다른 임원도 아니고 사주의 장녀가 비행기에 탔다는 사실인데, 이미 그런 가족들이 비행기에 탔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장이나 승무원 같은 분들도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상황 아니겠습니까?
◆ ○○○> 기장도 사람에 따라서 부담을 안 느낄 수는 없겠지만 객실 승무원들은 많은 부담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 박재홍> 혹시 기장이 아닌 오너 또는 임원진 지시 때문에 이번처럼 비행기 이륙이 지연된다거나 램프리턴을 했던 사례가 대한항공 외에도 있었습니까?
◆ ○○○> 제가 알기로는 아직까지 그런 전례가 없다고 봅니다. 그것은 상식 밖의 일이고요. 흔히 대통령도 기장에 대해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게 비행기 운항과 관련된 법적 내용이고 철칙입니다.
◇ 박재홍> 철칙이라는 말씀… 8일 저녁에 대한항공의 사과문이 있었습니다. 사과문도 혹시 보셨습니까?
◆ ○○○> 저도 어제 봤습니다.
◇ 박재홍> 사과문을 보시고 어떤 문제가 있다고 느끼셨나요?
◆ ○○○> 많은 네티즌들도 댓글을 달았는데요. ‘과연 이게 사과문이냐, 변명이냐?’ 이런 댓글을 본 적이 있거든요. 저도 느낄 때는 솔직히 이번 문제에 대해서 원인을 일으킨 회사가 사과하고 반성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지나친 조치였다는 사과를 낸 다음에 그 이후에 사과문에서 많은 변명들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오히려 일반 승객이나 국민들한테 실망을 주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지적하고 그에 따른 사과와 반성이 있어야 된다고 보는 거죠.
◇ 박재홍> 그러면 문제의 핵심은 뭐라고 보시는 거예요?
◆ ○○○> 아까 초기에 얘기했지만 임원이 월권을 행사했다는 문제입니다.
◇ 박재홍> '기장의 권한을 침해했다.' 결국 이 부분이 국토부에서도 조사가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이 되겠네요.
◆ ○○○> 국토부에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도 법적인 문제가 있는지 조사한다고 발표된 것을 봤습니다.
◇ 박재홍> 알겠습니다. 기장님들이 이번 사건 이후 모이셔서 많은 말씀 나누셨을 것 같은데, 어떤 말씀을 많이 하세요?
◆ ○○○> 자꾸 이런 식으로 기장에 대한 지위권한에 관여하게 된다든지, 또 이 문제를 해결한다고 국토부가 엉뚱한 방향에서 법을 개정한다든지 조사가 이루어진다면 더 많은 안전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는 위험이 있다고 보고 있죠. 혹시나 이 불꽃이 핵심과 상관없이 엉뚱한 데로 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엉뚱한 데라고 이야기하셨는데 그 엉뚱한 곳이라고 한다면 승무원이라든지 기장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것을 염려하고 계신 건가요?
◆ ○○○> 당연히 저는 같은 기장으로서 동료 기장들에게 법적 처벌로 이루어진다면 상당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앞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해야 될 기장들한테 비상상황이나 여러 가지 상황에서 위축되고 방어적인 결정을 할 수밖에 없게 되어서 오히려 그것이 승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 박재홍> 이 문제에 대한 진상이 온전히 규명돼서 승객들의 안전사고가 없을 수 있도록 조치가 취해져야 된다, 이런 말씀이신 것 같네요. 기장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 네, 감사합니다.
◇ 박재홍> 국내 항공사의 현직 기장 연결해봤습니다.
[박재홍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