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이 견과류를 봉지 째 갖다 주자 조 부사장은 무슨 서비스를 이렇게 하느냐고 따지며 소리를 질렀고, 즉시 매뉴얼을 찾아보라는 조 부사장의 지시에 당황한 사무장이 일등석 승객의 경우 의향을 물어 본 뒤 접시에 담아 견과류를 접시에 담아줘야 한다는 관련 규정을 태블릿PC에서 제대로 찾지 못하자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고함을 쳤다는 것이다.
조 부사장의 고함 소리는 이코노미석까지 들릴 정도였고, 250여 명의 애꿎은 승객들은 불안감을 느끼며 이착륙이 늦어지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승객들에 대한 서비스 강화와 승무원들에 대한 교육적 차원이라고 강변할 수 있지만 이것은 직원들에 대한 횡포이고, 승객들을 철저히 무시한 행위이다. 서비스에 문제가 있었다면 조용히 문제를 지적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재연되지 않도록 주의를 주면 될 일이다. 이 문제가 그렇게 중요했다면 한국에 도착한 뒤 정상적인 회사 업무 절차에 따라 처리하면 됐을 일이다.
그런데도 다른 승객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여객기가 마치 자신의 전용기나 되는 것처럼 안하무인격의 행동을 한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부하 직원이라 해도 마치 종을 다루듯 고함을 지르며 비행기에서 승무원을 내쫓은 것을 보면 인격이 의심스럽다. 서비스 문제를 내세웠지만 승무원 한 명이 빠진 채 운행하면서 정작 승객에 대한 서비스를 외면한 것은 조 부사장 자신이 되고 말았다.
더구나 항공법상 승무원을 지휘·감독하는 것은 기장이다. 아무리 회사 고위 간부라지만 조 부사장은 승객일 뿐인데 승무원을 내리라고 한 것은 분명히 월권이고, 여객기 내부의 위계질서를 무너뜨리고 말았다. 대한한공은 뒤늦게 조 부사장이 기장과 승무원 문제를 협의했고, 승객들의 불편도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회사 내 우월적 지위를 생각할 때 구차한 변명이다. 지난해 대한항공 여승무원에게 횡포를 부린 대기업 임원의 '라면사건'이 일어났을 때 조현아 부사장은 사내 게시판에 "현장에 있었던 승무원이 겪었을 당혹감과 수치심이 얼마나 컸을 지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자신은 이른바 라면상무보다 더한 갑질을 한 셈이다.
조 부사장이 구설수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하와이에서 아들 쌍둥이를 낳아 미국 국적 취득을 위한 원정출산 아니냐는 뒷말을 낳기도 했다. 조 부사장은 대한항공 입사 7년 만에 최연소 임원이 된 인물이다. 재벌가라는 배경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번 사건도 이런 특권의식에서 비롯됐다면 정말 큰일이다. 즉각 사과하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조 부사장의 월권행위 의혹에 대해서도 정부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