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협회 전 전무 박원오 씨는 협회 내부 반대파를 제거하기 위해 일명 '살생부'를 작성한 인물로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4월 "청와대가 문체부에 '승마계 내부 문제를 들어보라'고 지시할 때 지목한 사람"이라고 밝힌 바 있다.
◈ '감방' 갔다온 뒤에도 승승장구…정 씨 딸은 국가대표 '특혜' 논란
공금횡령 혐의로 실형까지 선고받은 전무 박 씨는 지난 2010년 6월 복역을 마치고 승마협회에 다시 복귀했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은 최소 3년간 심판자격이 상실되고, 협회 임원도 10년간 제한되지만 박 씨는 말 그대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2013년 심판진에 이름을 올린 것은 물론 올해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준비위원으로도 활동한 것.(CBS노컷뉴스 12월7일 '[단독]정윤회 측근, 자격박탈 상태서 심판 복귀'/%7B"text":"http://www.nocutnews.co.kr/news/4337158","color":"darkblue"%7D)
승마협회 내부에서는 박 씨가 현정권 비선 실세로 지목된 정윤회 씨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승마협회 관계자 A 씨는 CBS노컷뉴스와의 여러차례 통화에서 "박 씨가 살생부를 만들어 협회 내부 반대파들을 숙청했고 그 뒤에 정윤회 씨가 있다는 소문은 100% 맞는 걸로 안다"며 "박 씨가 평소에도 '정 씨를 도와주고 있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박 씨가 만든 것으로 보이는 승마협회 내부 살생부 명단은 어떤 경로를 통해 문체부 등으로 올라갔고 청와대까지 직접 나선 덕분에 박 씨에게 저항한 시도협회장 7-8명이 한꺼번에 교체됐다.
이 과정에서 의중을 제대로 읽지 못한 문체부 체육국장과 체육정책과장도 박근혜 대통령 지시로 옷을 벗었고, 유진룡 전 장관 역시 이를 인정하는 등 정 씨 개입 파장이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과자 신분인 박 씨가 협회에서 반대파를 제거하며 승승장구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박 씨는 평소에도 "정 씨를 도와주고 있다"는 말을 주변에 공공연히 흘리며 청와대와의 관계를 은연중에 암시했다는 게 승마협회 관계자들의 일관된 말이다.
"정 씨를 도와주고 있다"는 발언은 박 씨가 올해 4월 안민석 의원실을 찾아 직접 한 말이기도 하다.
안 의원은 CBS노컷뉴스 취재진에게 "박 씨가 올해 초 해명하겠다고 의원실을 찾아와 '정윤회 딸을 알고 있고 도와주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결국 승마대회 마장마술 선수인 정 씨 딸이 지난해 24회라는 화려한 수상실적을 거두며 성적이 수직상승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거란 분석이 가능하다.
또 각종 특혜 의혹이 쏟아졌지만 정 씨 딸은 올해 초 국가대표에 선발됐고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뒤 서울의 유명 대학에 진학했다.
승마협회 관계자는 "협회에서 박원오가 일부 심판들에게 '무슨무슨 경기 심판으로 내정될 거니까 준비해서 오라'는 등의 지시를 많이 내렸다"며 "일부 선수들에게는 '국가대표를 만들어 금메달을 따주게 하겠다'는 말도 서슴치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박 씨는 반대파를 제거한 뒤 자기사람들로 협회를 구성하고, 또 정 씨는 박 씨로부터 이런저런 도움을 받는 등 서로 '상부상조했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앞서 박 씨는 지난 2011년 말부터 이듬해 초까지 승마협회 회장을 한화 출신 인사로 바꿔야 승마협회가 발전한다며 총회 등을 무산시키려다 일부 시도협회장과 거세게 충돌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