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KT경제경영연구소(손영훈·홍원균)가 최근 펴낸 보고서 '드라마 미생을 통해 본 콘텐츠 생태계와 비즈니스 기회'에 따르면, 연구소는 미생의 근본적인 인기 이유로 '원작의 뛰어난 완성도'와 '드라마 플랫폼에 최적화된 원작 재현' 등 2가지를 꼽았다.
하지만 보고서는 미생은 단순히 인기 웹툰을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 성공을 거둔 다른 사례들과는 구분지어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생이라는 콘텐츠의 성공은 멀티플랫폼(원소스멀티유즈·OSMU)과 더불어 '트랜스 미디어 스토리텔링'이라는 차세대 플랫폼 전략을 구사한 데서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선 미생은 웹툰, 도서, 모바일 웹, 케이블 TV, 캐릭터 상품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콘텐츠 색깔을 달리하는 OSMU 전략을 철저히 따랐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실제로 미생은 2012년부터 1년 반 동안 포털 다음에 웹툰(조회수 10억뷰)으로 연재된 데 이어 단행본(판매량 200만부)으로도 발간됐다. 지난해 5월에는 '미생 프리퀄'이라는 모바일 영화로 옷을 갈아입더니 급기야 10월에는 케이블TV tvN의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드라마는 케이블 방송임에도 본방송 평균 시청률 6%를 웃돌았고, 6회 방영 당시 이미 20회 광고 분량이 모두 팔리는 소위 '대박'을 터트렸다.
보고서는 미생이 OSMU보다 더 진화한 개념인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개념은 미국의 미디어 학자인 헨리 젠킨스가 제안한 것으로, 플랫폼별로 별개의 이야기를 진행하며 결국 전체 이야기를 완성해나가는 콘텐츠 전략이다. 배트맨과 스파이더맨 시리즈 등 유명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은 이미 이 전략에 따라 전편, 속편, 번외편 등을 내놓고 있다.
미생은 모바일 영화 '미생 프리퀄'에서 등장인물 6인의 과거를 다뤘고 드라마 방영 중에도 웹툰 특별 5부작을 통해 '오과장'의 대리 시절 이야기를 담았다. 내년 봄부터는 영업2팀의 독립 이야기를 풀어낸 '미생 2기'가 웹툰으로 나올 예정이다.
보고서는 "미생은 각각 다른 플랫폼에서 별개의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이들이 하나로 모여 미생의 세계관을 형성하고 있다"며 "이러한 전략은 1차원적인 단일 콘텐츠의 한계를 벗어나 콘텐츠의 수명을 연장하고 더 다양한 계층의 소비자를 확보해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