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은 정명훈 감독의 사조직이나 다름 없어."
"조직 문화 바꿔보려다 갈등이 일어."
막말·성희롱·인사전횡 논란으로 직원들에게 퇴진 요구를 받은 박현정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대표가 3일 만에 공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사과'보다 '정명훈 예술감독과 서울시향의 방만한 조직 문화'에 방점이 찍혀, 대표의 자질 문제로 시작된 이 논란은 시향 조직 전체의 문제로 확전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박 대표는 기자들이 질문하기까지 1시간가량을 '정명훈 감독에 대한 지적'과 '서울시향의 조직 문화'를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이날 기자들에게 총 보도자료 4종류를 배포했지만, 그 어디에도 논란이 된 막말·성희롱·인사전횡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오로지 정명훈 예술감독이 시향보다 개인 일정을 우선시하는 '슈퍼 갑'임을 설명하는 자료뿐이었다.
박 대표는 논란이 된 폭언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했지만, 욕은 하지 않았다며 부인했다. 그는 "제가 야단을 많이 친 것은 사실이다. 제가 말투는 거칠지 몰라도 욕은 안 한다"고 했다.
직원들이 공개한 녹음파일의 거친 말들에 대해서는 "그날은 좀 내가 흥분해 있었다"면서 시향에 대한 실망감이 가득했던 날이라 그런 표현들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논란이 된 '인사 전횡'에 대해서는 "한 적이 없다"고 단호하게 부인했다.
한편 박 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정명훈 예술감독이 배후에 있다고 느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이 시향 대표로 취임한 이후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이토록 방만하고 나태하고 비효율적인 조직이라 매우 놀랐다"면서 "전임대표가 연임 제안을 받고도 거절했다는데 그럴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낸 세금이 이렇게 쓰이고 있구나를 알고 정말 놀랐다"고 했다.
또한 "(정명훈 예술감독의) 사조직처럼 운영되던 오케스트라와 이를 바꾸려고 절차·규정·프로세스를 만드는 저와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설명했다.
이어 "12월 1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직접 사퇴를 종용받았는데, 12월 19일 마치는 시의회 회기까지는 하고 물러나겠다고 답했더니 그날 오후부터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며 일련의 사태 배후에 누군가 개입돼 있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는 향후 "어떤 조사도, 검사도, 수사도 절대 피하지 않겠다. 그 과정에서 잘못한 게 있다면 책임도 절대 피하지 않겠다"면서 "감사원은 감사를 통해 연판장 만든 경위, 어떤 계기로 만들어지게 됐는지 꼭 조사해달라. 시향이 사조직처럼 운영된 사례들이 감사에서 제대로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저와 관련한 이번 일로 서울시향이 쌓아온 9년간의 성과와 이미지에 마이너스가 됐는데, 제 희생이 재도약의 발전 기회가 되길 바란다"면서, "더 투명하고 사랑받는 음악단체가 된다면 내가 겪은 2년, 최근 일에 보상이 될 것"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