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씨는 살생부와 정윤회씨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했지만, 살생부가 청와대까지 올라간 정황으로 봤을때 정 씨가 직접 실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4월 4일 박 씨는 정윤회씨의 딸 국가대표 선발과 승마협회 살생부 의혹을 제기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안민석 의원을 찾았다.
당시 안 의원은 정 씨 딸이 특혜를 받아 국가 대표가 된 의혹과 정 씨가 승마협회를 장악하기 위해 살생부를 만들어 대폭적인 물갈이를 진행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한창 캐고 있을 때였다.
국회회관을 찾은 박 씨는 살생부를 작성하게 된 배경에 대해 "문체부 공무원이 헐레벌떡 달려와 '협회의 문제점이 뭐냐'고 물어와서 작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윤회씨와 이번 살생부 문건이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박씨가 정 씨의 사주를 받고 선을 긋기 위해 찾아온 것 같았다”고 밝혔다.
박 전 전무는 이 자리에서 정 씨와의 긴밀한 관계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2008년이나 2009년부터 정윤회씨와 알았다"면서 "정 씨의 딸에 대해 자신이 '승마계에서 자리잡을수 있도록 잘 케어해주겠다'는 얘기를 했고, 최근 1,2년은 정 씨 딸이 승마선수로 성공하는 방법 등에 대해 논의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가 작성한 살생부 내용은 청와대까지 올라가 지역 협회 회장들이 대거 옷을 벗고, 문체부 담당 공무원들이 좌천된 사실로 봤을 때 정윤회씨의 입깁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체육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공금횡령으로 실형을 선고받아 승마협회 회원 자격이 박탈된 박 씨가 청와대를 움직여 문체부 인사까지 좌지우지할 ‘실세’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겨레신문은 이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은 문체부 노 모 국장과 진 모 과장에 대해 ‘나쁜사람’이라고 칭하며 사실상 좌천인사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박 씨는 최근까지도 정 씨의 전 부인이자 최태원 목사 딸인 최순실씨와 동행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승마계에서 오래전부터 박 씨는 '정 씨 사람'으로 통한다.
'살생부'에 따라 사퇴압력을 받은 모지역 승마협회장과 이 지역 체육회 관계자의 통화 내역을 보면 이런 정황은 더욱 구체적으로 나온다.
이 지역 체육회 관계자는 "감사에서 특별히 나온 것은 없지만,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그 지랄 하니까, 청와대 지시사항이라고 그러고…"라며 윗선 개입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 지역 승마협회장은 "그 사람이 어제 시사저널(정 씨가 박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EG회장을 미행했다는 보도)에 떴어. 정윤회야 정윤회. 밤의 비서실장이라고…"라며 배후로 정윤회씨를 지목했다.
정 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모든 것을 조사하라. 하나라도 잘못이 있으면 감방에 가겠다"고 공언했지만, 승마협회 인사개입 파동에 대해선 아직 함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