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3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분기보다 0.3% 증가했다. 2년6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분기 대비 실질 GNI 증가율은 지난해 2분기 1.9%로 상승했다가 3분기와 4분기 각각 1.0%, 올 1분기 0.5%로 둔화한 뒤 2분기 1.1%로 상승했다가 다시 0%대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지난 3분기 교역조건이 전분기보다 악화되고 국외순수취요소소득도 줄어든 영향을 받았다"며 GNI둔화의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 국민이 외국에서 받은 소득에서 외국인이 국내 생산 활동에 참여해 번 소득을 뺀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은 전분기 3조원에서 2조5천억원으로 줄었다.
실질 GNI는 우리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GDI에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을 반영해 산출한다.
지출 측면에서 보면 수출이 LCD,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2.2% 줄고 수입도 0.5% 감소했다.
물가도 심상치 않다.
모든 재화와 서비스 물가를 포괄하는 종합적인 물가지수인 GDP디플레이터는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0.0%를 기록해 우리 경제에 디플레이션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에서도 일본과 비슷한 형태의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며 0%대의 GDP디플레이터를 이런 판단 근거의 하나로 제시한 바 있다.
디플레이션은 경제 전반에 수요와 공급이 부족해 발생하는 현상으로 기업 도산과 실업이 늘고 이는 수요를 더욱 위축시켜 물가하락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수출입 의존도가 100%를 넘는 한국과 3분의 1 수준인 일본의 경제 구조가 다른 만큼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선을 그었지만 디플레이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