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 흑인 소년을 사살한 미주리주 퍼거슨시의 백인 경찰관에게 불기소 처분이 내려진 뒤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던 항의 시위가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언론들은 3일(현지시간) 피의자 변호인과 사법 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뉴욕 대배심이 흑인 에릭 가너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목을 졸라 숨지게 한 백인 경찰 대니얼 판탈레오에 대해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잇따라 보도했다.
판탈레오는 지난 9월 17일 뉴욕 스탠턴아일랜드 거리에서 담배를 밀매하던 가너를 체포하려다 저항하는 가너의 목을 졸랐고 이후 가너는 의식을 잃었으며 병원에 실려갔다가 숨졌다.
가너의 유족과 흑인 인권단체들은 경찰의 과잉 대응을 주장하며 판탈레오의 처벌을 요구해왔다. 경찰측은 판탈레오가 숨진 이유는 평소 건강상의 문제이며 정당한 공권력 집행이라고 맞서왔다.
그러나 결국 뉴욕 대배심이 판칼레오를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함으로써 퍼거슨에서와 비슷한 흑인들의 항의와 폭동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퍼거슨 사태와 마찬가지로 백인 경찰이 무장하지 않은 흑인을 숨지게 했지만 기소되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대배심이 백인 경찰 대런 윌슨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린 직후 퍼거슨시에서는 경찰차 방화와 상점 약탈이 벌어지고 최루탄이 난무하는 등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소요가 발생했다.
판탈레오에 대한 불기소 결정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 타임스퀘어 등 도심 곳곳에서는 항의가 벌어지고 있다.
아직까지 폭력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뉴욕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대배심의 결정은 뉴욕 시민이 원하지 않는 결론"이라면서도 "연방 정부 차원의 재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과격 시위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에릭 홀더 미 법무부 장관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연방 차원에서 민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