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내년 예산 확정…그러나 '세월호는 없었다'

세월호 관련 예산, 일반예비비에서 집행 계획

진도 인근해안에서 침몰된 세월호 여객선 (사진=목포해경 제공)
해양수산부의 내년도 예산이 확정됐다. 올해 보다 무려 7.4%나 증액됐다. 해수부 설립 이래 최대 규모다.

하지만 내년도 해수부 예산 항목 그 어디에서도 '세월호'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다. 세월호 인양과 유가족 보상, 생활비 지원 등 쓸 예산은 많지만 두루뭉술하게 '예비비'로 빼놓았다.

◈ 해수부, 세월호 관련 예산 전무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어 해수부의 내년도 예산 4조 7,050억 원을 확정했다. 당초 정부안 보다 1,046억 원이 증액됐다.

올해 예산 4조 3,796억 원 보다 7.4%인 3,254억 원이 늘어난 것으로 지난 1996년 해수부가 설립된 이래 최대 수준이다.

하지만, 이 많은 예산 가운데 세월호 유가족 보상, 선체 인양, 연구용역 등 사고수습을 위한 예산은 단 한 푼도 없다. 심지어, 지난달 24일 설치된 세월호 TF팀의 최소 사업비마저 예산 항목에 잡아놓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TF팀의 인건비와 운영비는 전체 기본예산에서 지급하지만, 세월호 선체 인양을 위한 연구용역비와 유가족 생계비 지원 등은 예비비에서 얼마나 집행될지 알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월호 선체를 인양할지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유가족 보상 문제도 논의되지 않고 있는 마당에 시기적으로 예산 편성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 국회, 세월호 예산 '강 건너 불구경'


지난달 21일 국회 예결위에서는 세월호 인양비용 편성을 놓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박원석 의원(정의당)은 예산 비목을 새로 만들어 인양비용 1,000억 원을 편성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박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은 수용되지 않았고, 나중에 인양이 결정되면 기재부 예비비에서 지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예비비는 집행을 담보하기 어려운 예산이라 앞으로 인양이 최종 결정돼도 필요한 인양비용이 예비비에서 100% 집행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내년에 세수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아 예비비가 모자랄 상황이 올 게 뻔한데, 세월호 몫까지 돌아올 수 있겠냐"며 "결국 별도의 세월호 예산을 세우지 않은 것은 다른 예산에 떠밀렸기 때문인데 국회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 기재부, 세월호 인양 '떨떠름'…예산편성 수수방관

기재부는 세월호 관련 예산을 목적예비비로 편성할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았다.

목적예비비는 재해대책비와 누리과정 교육비 등 지출 대상을 특정해 집행하는 예산으로, 담보가치가 충분하다. 내년에 재해대책비로 1조 3,000억 원, 누리과정 교육비는 5,064억 원이 편성됐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 세월호 TF팀의 한 관계자는 "세월호 예산은 일반예비비나 재해대책비로 얼마든지 집행이 가능한데 별도의 목적예비비를 편성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세월호 인양과 피해 보상액이 결정되면 해수부 예산과 부처 예비비로 먼저 집행하고, 이것도 모자랄 경우 기재부 일반예비비는 최후 수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내년도 해수부 예산 항목에 세월호가 아예 없는데다, 해수부 재해대책비도 충분하지 않아 세월호 사고수습에 투입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세월호 선체 인양비용과 유가족 보상, 생계비 지원, 연구용역비 등은 전적으로 기재부 예비비로 지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데도 기재부 관계자가 해수부 자체 해결이 우선이라고 밝힌 것은 기재부가 세월호 인양과 유가족 보상 등 사태해결에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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