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 송 : FM 98.1 (06:00~07:00)
■ 방송일 : 2014년 12월 4일 (목) 오전 6:38-47(9분간)
■ 진 행 : 김덕기 앵커
■ 출 연 : 변이철 (CBS 노컷뉴스 문화연예팀장)
뉴스로 여는 아침. 매주 목요일은 검색어를 통해서 우리사회 트랜드를 짚어봅니다.
CBS노컷뉴스 변이철 기잡니다.
▶ 안녕하십니까? 어떤 검색어 키워드를 가지고 나오셨습니까?
= 오늘 검색어 키워드는 ‘나홀로족’입니다.
‘누에고치’라는 영어 단어 코쿤(cocoon)을 따서 ‘코쿤족’이라고도 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 보다는 혼자서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집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빅데이터 분석 전문기업 타파크로스가 새해 주요 트렌드로 꼽았습니다.
▶ ‘나홀로족’은 일본에 많지 않나요?
= 그렇죠. 일본에 가면 혼자서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요.
일본 NHK 방송은 지난 4월 호세이 대학 학생 400명 가운데 9명이 화장실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이런 조사결과를 보도해 열도를 발칵 뒤집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닙니다. 국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화장실에서 혼자 밥 먹는 학생들의 인증사진이 올라와 관심을 모았습니다. 언론에서 지난 4월 기사로도 소개했습니다.
▶ 혼자 화장실에서 밥을 먹는 대학생들이 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 ‘동정론’보다는 ‘비판’이 훨씬 많았습니다. 문제 삼은 것은 혼자 밥을 먹는 자체가 아니라 부끄러워하고 당당하게 행동하지 못하는 태도였습니다.
혼자 밥 먹는 것이야말로 자립적인 행위이다... 높은 자존감의 표시다... 이런 주장도 많았습니다.
예전에는 혼자 밥을 먹으면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확실히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나홀로족이 예전보다는 훨씬 긍정적이고 주체적인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친구가 없거나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죠.
혼자인 상태를 부정적으로 인식하지 않는 겁니다.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여가생활이나 문화생활을 혼자 하는 사람들이 급속히 늘고 있습니다.
인크루트 취업 포털 사이트의 설문조사를 보면 대학생 443명 가운데 약 75%가 스스로 ‘나홀로족’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그렇다면 왜 이런 변화가 생기는 걸까요?
=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자신을 지키려는 심리적 요인들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먼저 골치 아프고 감정 소모가 많은 사회적 관계를 일정 기간 단절하고 혼자서 안락함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 사람의 간섭 없이 내 기준에 따라 선택하거나 자유롭게 행동하고 싶어 하는 욕구도 커지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보다 가치 있는 삶을 위해 스스로 성찰하는 시간도 많이 가지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나홀로족이 증가하는 거죠.
▶ 그렇군요. 이 분들 행동패턴도 좀 들여다볼까요. 혼자서 주로 뭘 하시나요?
= 최근 한 온라인 호텔예약업체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혼자서 뭘 해봤느냐’하고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 혼자 식당에서 밥 먹기가 가장 많았고 그 뒤를 혼자 극장에서 영화보기, 혼자 여행하기가 차지했습니다.
‘타파크로스’라는 빅데이터 분석 전문기업도 지난해 1월부터 지난 8월까지 트위터, 블로그, 카페, 커뮤니티 등에서 ‘혼자’와 ‘즐겨하는’ ‘좋아하는’ 등의 키워드를 조합해서 분석을 해봤습니다.
그 결과 혼자 즐겨하는 대상은 여행(31%), 영화(23%), 카페에 가기(19%), 공부(16%), 운동(11%) 등의 순이었습니다.
또 혼자서 무언가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패턴에는 ‘집중’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그래서 ‘낯선 사람들끼리 모여 함께 식사를 하는’ 소셜다이닝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 5월에 처음 생긴 소셜다이닝 사이트 ‘집밥’은 현재 방문자 수가 2천만 명을 넘었고 모임도 만개가 이뤄졌을 정도로 성황입니다.
사이트를 살펴보니까 처음 만난 사람들이 식사 뿐 아니라 영화나 연극도 함께 보는 등 다양한 모임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대학가에서는 요즘 ‘밥터디’가 있다고 합니다. 밥스터디의 준말인데요. 취업준비생, 고시생 등이 식사시간에 모여 밥만 같이 먹고 헤어지는 모임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들은 일본에 많은 ‘은둔형 외톨이’는 아니죠. 자신의 의지로 필요에 따라서는 사회적 관계를 적극적으로 형성해 나가는 ‘선택적 나홀로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소비자로서 나홀로족의 영향력도 점점 커지겠죠.
= 예 나홀로족이 크리스마스의 장식 트렌드까지 바꿔놓고 있습니다.
이미트에서 조사한 결과인데요... 지난해만해도 큰 공간을 차지하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인기였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장난감 병정과 눈사람 인형과 같은 인테리어 소품이 차지하는 매출이 크리스마스트리를 제치고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나홀로족이 늘면서 작은 평수 거주 비중이 늘어나니까 작은 공간에서도 성탄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소품쪽으로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 그렇습니다. 지난 8월에는 싱글족을 위한 싱글푸드숍 ‘샵인테이크’가 문을 열었는데요... 아예 모든 식품을 1인 1회 섭취기준으로 용량을 작게 해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 셀프 인테리어도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나홀로족에게 집이란 단순히 먹고 자는 공간이 아니라 안락한 '아지트' 같은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소형 가구뿐 아니라 미니세탁기 같은 소형가전제품, 그리고 미니주방용품 등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이웃나라 중국의 경우에는 2011년 기준인데 싱글족이 약 1억 8천만 명에 달한다고 하네요. 그런데 지난해 소형 가전제품 판매액이 우리 돈으로 20조 3천억 원으로 2012년보다 약13% 증가했다고 합니다.
결국 나홀로족과 1인가구의 생활패턴이나 수요, 그리고 정서를 잘 읽어내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성공의 길이 열릴 것이다... 이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전망입니다.
▶ 1인가구가 늘면서 소형 아파트도 큰 인기를 끄는 것 같아요
= 예 최근 통계청 자료를 보면 1인가구는 약488만 가구로 전체의 22.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30년에는 3가구 중 하나는 1인가구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1인가구가 늘면서 10평 전후의 초소형아파트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혼자 살기 적당하고 오피스텔처럼 관리비가 높지 않기 때문인데요.
단적인 예로 지난 10월 분양한 서울 용산구 한남아이파크의 경우는 45~49㎡의 경우 30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습니다.
실수요자에다 1인가구 임대 수요를 노린 투자자들까지 가세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 정부도 1인 가구 증가에 대한 대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겠어요.
= 그렇습니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은 1인 가구 비율이 무려 60%에 달하거든요. 그런데도 살기 좋은 나라와 도시로 꼽히는 것은 공동주택정책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개인침실을 제외한 주방이나 세탁실, 정원 등 나머지 시설을 공유하는 주거형태가 보편화되면서 주택정책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고 합니다,
싱가포르도 1인가구가 눈에 띄게 늘어 소형아파트 공급을 늘리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젊은 학생과 노인이 함께 사는 콜로카시옹(colocation)이란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1인가구 맞춤형 치안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도 1인 가구와 나홀로족 지원정책 개발을 서둘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