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차례 수술' 최석기 "배구 포기하려고도 했지만…"

세 차례 무릎 수술을 이겨내고 코트에 복귀한 최석기. (자료사진=한국전력 홈페이지)
최석기(28, 한국전력)가 처음 왼쪽 무릎에 칼을 댄 것은 2010년 12월이었다. 9월 무릎을 다쳤지만, 병원의 오진으로 3개월을 날렸다. 처음 수술을 받을 때만 해도 금방 털고 코트로 돌아올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최석기는 2011년 두 차례나 더 수술대에 올라야만 했고, 1년 반 가까이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이를 악물고 다시 코트로 돌아왔지만, 지난해 2월 다시 무릎을 다쳤다. 병원으로 향하는 길에 "수술을 하라고 하면 배구를 그만두겠다"는 마음까지 먹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수술은 면했고, 보고를 받은 신영철 감독이 "한 번 더 해보자"라면서 최석기를 붙잡았다. 남들이 러닝을 할 때도 사이클을 타게 할 정도로 최석기에게 배려를 해줬고, 최석기는 다시 코트에 설 수 있었다.


2008-2009시즌 페어플레이상, 2009-2010시즌 베스트세리머니상을 받았던 유망주 최석기지만, 방신봉, 하경민, 그리고 후인정 등 베테랑 센터들이 버틴 한국전력에 자리는 없었다. 올 시즌 최석기는 5경기에 출전해 4점을 올린 것이 전부였다.

그런 최석기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3일 열린 OK저축은행전. 최석기는 V-리그 최고의 공격수 시몬의 스파이크를 무려 8차례나 막아냈다. 블로킹은 물론 속공으로도 6점, 서브로도 1점을 올려 15점을 채웠다. 신영철 감독이 "키포인트는 센터 블로킹의 최석기였다. 덕분에 분위기를 가져왔다"고 말할 정도로 수훈 선수는 단연 최석기였다.

수훈 선수 자격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최석기는 "7년 차인데 수훈 선수 인터뷰는 처음"이라고 멋쩍게 웃었다. 한창 기량이 피어오를 시기에 부상으로 경기를 지켜만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할 말도 많았던 최석기다.

최석기는 "아직 뭐가 뭔지 모르겠다. 그냥 들어가서 한 건데 그런 날이 있다. 잘 되는 날이…"라면서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다치고나서 너무 힘들었다. 지금도 사람들은 내가 없는 줄 안다. 최석기 어디갔냐는 말도 한다"고 말했다.

사실 무릎은 아직도 아프다. 점프도 두렵다. 얼마나 뛸 수 있을지도 모른 채 경기를 뛰었다. 경기를 뛰면서 몸 상태를 익혀가야 하는 상황이다.

최석기는 "아직 몸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 점프가 어느 정도 되는지도 계속 익혀가야 한다. 이렇게 잘 될지 몰랐다. 이런 경기보다 꾸준하게 했으면 좋겠다. 워낙 밖에만 있어서…"라면서 "수술에 대한 통증은 있다. 이 이상 안 넘어가려고 컨트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년은 최석기의 삶은 눈물이었다. 신영철 감독과 동료들이 붙잡지 않았다면 배구공을 놓았을지도 모른다.

최석기는 "세리머니상도, 페어플레이상도 받았다. 다치기 전까지는 정말 잘 될 줄 알았다"면서 "많이 울었다. 나는 안 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1년 반을 못 걸어다니고, 3번 수술을 받으면서 배구를 포기하려 했다. 다들 잡아줬지만,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숱한 눈물을 흘렸던 최석기도 OK저축은행전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 신영철 감독도 "블로킹 손 모양은 최석기가 최고"라면서 더 기회를 줄 계획이다.

최석기는 "기회가 주어지면 지금처럼 재미있게 하고 싶다"면서 "오늘 경기는 나에게 자신감을 줬다. 아직 좀 더 해볼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불면증이 있었는데 오늘은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최석기는 2008-2009시즌부터 프로 자격으로 V-리그에 참가한 한국전력의 유일한 창단 멤버다. 두 차례나 25연패 수모를 겪으며 만년 하위권을 맴돌던 한국전력은 올 시즌 4위를 달리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리고 있다. 한국전력의 날갯짓과 함께 최석기도 다시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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