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해당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지목된 박모 경정은 지난달 29일 서울 모 경찰서 근처에서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단독으로 만나 "(나를 문건 유출자로 지목하는) 보도와 관련해 어디가 그런 소스인지 짚이는 데가 있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박 경정은 "문건을 유출하지 않았다"며 "문건 유출과 관련해서는 검찰에서 모든 걸 진술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후 박 경정은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에서 복귀하기 얼마 전에 서랍에 있던 서류를 누군가 복사한 것 같다"며 "관련 증거를 갖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 경정은 이후 해당 발언을 부인했지만 검찰에 소환되면 문건유출 수사에 자신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해당 내용을 털어놓을 것으로 보인다.
박 경정의 직속 상관이었던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발언도 눈길을 끈다.
조 전 비서관은 2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5-6월쯤 민정수석실에 올라간 한 문건에 박 경정이 아닌 제3자가 범인으로 지목됐다"고 털어놨다.
당시 청와대를 나온 조 전 비서관은 평소 친분이 있던 청와대 고위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해당 문건을 빨리 조사해 조치를 취하라고 건의했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박 경정과 비슷한 시기에 청와대에 파견나가 근무했던 다른 경찰관들의 발언도 주목을 끈다.
지난해 청와대에 파견나갔다가 올해초 복귀한 A 씨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청와대 관계자라도 아무도 없는 (공직기강팀) 사무실에 들어가지는 않는다"면서도 '사람이 없으면 사무실 문을 잠궈놓는냐'는 질문에는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문건도난 여부에 대해 이 관계자는 "확인할 방법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다른 파견 경찰관 B 씨는 "박모 경정은 유출했을 가능성이 적다"며 "본인이 가장 의심받을텐데 쉽게 그런 행동을 했겠냐"고 되물었다.
이 관계자는 "의외의 인물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파견 경찰관 C 씨는 "공직기강비서관실에 청와대 직원들에 대한 감찰업무를 수행하는 내부감찰팀이 있었고 박 경정이 그 업무를 맡았다"며 "하지만 업무가 달라 공직기강비서관실 활동을 전혀 모른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명예훼손 사건은 형사1부(정수봉 부장검사)에 배당하고, 문건 유출 사건은 특수2부(임관혁 부장검사)에 따로 배당해 투트랙으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청와대가 박 경정을 문건 유출자로 지목하고 수사의뢰해 초기에는 박 경정의 행적에 수사가 집중될 것으로 보이지만, 조 전 비서관이 제3의 인물을 언급한 만큼 수사의 칼날이 다른 곳으로 빠르게 이동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