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국민연금공단은 2014년 10월 2일, 전 씨의 시각장애가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인한 것인데, 이 질병에 대한 진단은 국민연금 가입(1992년) 이전인 군 신체검사 시(1980년) 이었다는 이유로 장애연금수급권 미해당처분을 하였다.
전 씨의 사례를 접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던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는 11월 26일 오후 2시 서대문구 통일로에 있는 서울시복지재단 별관 교육장에서 전 씨의 사례를 통해 장애연금 제도의 개선점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열린 토론회에서 전 씨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근로하며 국민연금 보험료를 200회나 성실하게 납부하였음에도, 막상 수급자 신청 시에 공단은 수급권자 미해당 처분을 내렸다.”고 밝히고, “망막색소변성증 환자들은 장애를 가진 상황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고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국민건강보험법 제정 취지에 맞게 이러한 이들을 도와주는 쪽으로 개선되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발제자인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배진수 변호사는 “국민연금법 제67조 제1항에서는 국민연금 가입 중에 생긴 질병으로 장애가 있는 자를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자로 들고 있다. 따라서 장애의 원인이 된 질병이 국민연금 가입기간 중에 발생하였다고 볼 것인지가 쟁점이다. 그런데 이미 대법원은 2006. 7. 28. 선고 2005두 16918판결에서, 유전적인 양안망막색소변성증을 갖고 있던 사람이 국민연금 가입 당시에 망막색소변성증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후 시력이 급격히 저하됨을 느끼기 시작한 시기에 그 질병이 발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국민연금 가입 전에 망막색소변성증에 대한 진단이 있었던 원고를 국민연금법상 장애연금 수급권자라고 보았다.”고 설명했다.
배진수 변호사는 “국민연금공단은 전 씨가 군 신체검사 시(1980년) 이미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이 있었다는 이유로, 신청인의 장애의 원인이 된 질병의 발생 시기를 실질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수급권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처분을 하였는데, 이는 대상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어긋나는 처분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리고 배진수 변호사는 “전 씨와 같은 많은 망막색소변성증 환자들이, 질병발생시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은 채 관행적 · 기계적으로 판단하는 국민연금공단의 처분으로 삶의 마지막 보루인 장애연금제도를 활용하지 못하고 고통을 받고 있다.”고 밝히며, “국민연금공단이, 대상 대법원 판결과 같이 보다 실질적인 관점에서 질병의 발생 시기를 판단하여야 장애연금수급권 신청자들의 삶의 마지막 보루인 장애연금제도가 제 기능을 다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배진수 변호사는 “유전성·진행성 질병으로 인한 장애의 경우, 그 질병이 급격히 악화된 때를 의학적·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때를 질병의 발생시기로 본다는 규정을 넣는 방향으로 법령개정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향후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의사는 “망막색소변성증은 증상이 늦게 나타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진행속도 또한 느리기 때문에 언제부터 증상이 시작되었는지 명확하게 알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학적인 발병 기준과 법적·사회적 정의에 의한 발병 기준은 차이가 존재하므로 이를 유념하여 이번 토론 주제에 대한 접근 및 개선 방안을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의 백미는 토론자 한국망막색소변성증협회 회장 최정남의 순서였다. 국내 인기그룹 멤버의 부친이기도 한 최 회장은 한국망막색소변성증에 대한 다년간의 자료수집과 연구를 통한 풍부한 의학적 지식과 사례를 들어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제기를 하면서 토론회를 주도하였다.
최 회장은 “암이나 퇴행성 질환 등도 역시 유전적 질환이라고 밝혀졌는데, 이러한 다른 질병과 비교할 때 망막색소변성증에 대해서는 차별적이고 형평성에 어긋나게 판단하고 있다. 망막색소변성증은 수십 년에 걸쳐 병이 진행되고 있으므로 신청인의 의도를 악의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하며, “국민 생활 안전과 국민 복지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도화 된 연금제도라면 민간보험사와 달리 적극적으로 신청인들의 수급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염형국은 “국민연금에서 장애연금 수급자수는 2010년 12월 기준 70,101명 수준으로 등록장애인 대비 2.8% 수준이라는 점에서 장애인에 대한 국민연금의 역할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장애인 소득보장을 위해 연금 가입 전 장애에 대하여 장애연금 수급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연금제도를 수정한다면 장애인 소득보장 및 수급의 포괄성 문제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복지재단 내에 있는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는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종합하여 서울시민들 중 피해를 입은 한국망막색소변성증 환우분들께 무료소송을 지원하고, 추후 관련 법 개정 작업도 나갈 예정이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는 복지소외계층의 권리행사를 돕고, 다양하고 실질적인 법률구제의 토대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문의 1644-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