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사무국 직원 17명은 2일 호소문을 발표하고, 박현정 대표이사(52·여)의 성희롱을 비롯한 인권 유린·인사 전횡·업무 방기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한 이들은 상급기관인 서울시에 감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문제 제기하는 직원들의 주장에 대한 박현정 대표의 반론을 시향 측에 요청했다. 현재까지 답이 없고, 박 대표 역시 출근(현 시각 오후 3시)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직원들의 호소문을 통해 서울시향 내에서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정리했다.
◈ 박 대표 취임 이후 사무국 직원 절반 가까이 퇴사
지난해 2월 이후로 올해 9월까지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 퇴사자는 13명. 박현정 대표가 취임한 이후 직원 27명 중 43%가 퇴사했다.
이중에는 정년 퇴임자도 있지만 지난 과거와 비교하면 퇴사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박 대표의 횡포를 견디다 못해 퇴사했다는 게 문제를 제기하는 직원들의 주장이다.
직원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4년간 총 5회 채용 공고가 있었던 반면, 박 대표가 취임한 2013년부터 2년간(2014년 10월 기준) 총 11회 채용 공고가 진행됐다.
직원들이 밝힌 박현정 대표의 발언 수위는 심각했다.
"너희 같은 새X가 일을 이따위로 하니 김주호가 죽었지!" - 2013년 7월, 김주호 전(前) 대표이사 사망 직후 업무상 실수를 한 직원에게. 해당 직원은 퇴사.
"사손이 발생하면 월급에서 까겠어. 니들 월급으로는 못 갚으니 장기(臟器)라도 팔아야지 뭐. 니들 몸 보호하려면 일 제대로 해" - 인사이동 직후 새로운 업무를 맡은 직원에게 수차례.
"OOO 병X새X" - 마음에 안 드는 팀장을 두고, 그의 하위 직원에게 수차례.
"이 새X들은 들고 나는데 보고라는 것을 몰라." - 2013년 7월, 잠시 동안의 업무상 외출 시, 직원이 없을 때.
"너희들은 내가 소리를 질러야만 일하지. 그게 노예근성이야!" "너, 노예근성 소리 듣기 싫다고 했지? 내가 소리 질러야지 일하는 거, 너 노예근성 있는 거 맞아!"
외부 협력 기관과의 공식적인 석식 자리에서 과도한 음주 후 남자직원의 넥타이를 잡아 본인쪽으로 당긴 후 손으로 주요부위 접촉 시도 - 2013년 9월
"너는 미니스커트 입고 니 다리로라도 나가서 음반팔면 좋겠다" - 2014년 6월, 음반사업 담당 여직원에게.
"OOO는 보면 (술집)마담하면 잘 할 것 같아, 그리고 OOO이랑 OOO은 옆에서 아가씨 하구" - 여직원 세 명에게 공개적인 자리에서.
"니가 보니까 애교가 많아서 늙수구래한 노인네들한테 한 번 보내 볼려구" - 2014년 10월, 공연기획팀 여직원에게 펀드레이징에 대해 언급하며.
이외에도 서울시 출연기관장으로 긍지와 자질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내가 재수때기가 없어서 이런 ×같은 회사에 들어왔지." - 2013년 4월, 시의회 업무보고를 준비하며.
"본부장님, 모두 각서 받으세요. 각서 쓰고도 한번 더하면 모두 사표 받으세요!" - 2013년 5월, 공연명으로 수년째 사용 중인 'OOO 시리즈'라는 명칭을 인쇄물에 쓰지 말라며.
"지 여편네 에르메스 핸드백 값도 안 되는 돈 내고 대접 받으려고 한다니까." - 2013년 6월, 기존 후원회원들(2008년 구성된 서울시향 후원회)의 회비가 적다며.
"꼴랑 얼마 내고 감독님하고 밥 먹는다고? 이제부터는 돈 얼마 내는지에 따라 등급 매겨서 만나는 건 고사하고, 백스테이지에서 인사도 못하게 할 거야."
"이런 너절한 공연 하지 마세요." - 2013년 2월, 대표이사 취임 후 문화사업팀 업무보고 시 공익 공연 사업(우리동네 음악회 등)을 하지 말라고 지시하며.
"너희들이 얘기했지, 어떻게 이야기했어." - 2014년 1월, 사무국 직원들의 연쇄사표 및 대표이사의 비인격적 대우에 대해 여러 창구를 통해 파악한 정명훈 예술감독이 대표이사를 독대하여 직원들에 대한 인격적 대우 요청하자.
"나는 아무 기분도 안 나요. 이제부터는 협찬도 안 뛸 것이고, 서울시에서 예산이 깎여도 난 움직이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예요." - 2014년 9월, 전 직원 주간회의 때.
◈ 직원 채용 위한 꼼수 등 비상식적 인사
박현정 대표의 인사 전횡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박 대표 취임 후 신설된 '재무조성TF' 팀원 2명(차장, 팀원)은 정원 외 계약직으로 채용됐다.
이들이 목표 성과를 이뤘을 시 '재무조성TF'팀으로 정규팀 신설하고 팀원 2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계약직 2명은 1달 만에 홍보마케팅팀으로 발령이 났다. 이 과정에서 TF팀 차장은 팀장으로 승진했고, 오히려 정규직 2명이 TF팀으로 이동했다.
이 계약직 2명은 올해 10월 '재무조성TF'팀이 성과를 이뤘다며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계약직 2명이 '재무조성TF'팀에서 일한 건 약 1달이고, 1년을 넘게 홍보팀에서 일했는데 나온 비상식적인 결과였다.
문제를 제기한 직원들은 "단기간의 재원 조성이나 정규직원 증원이 아닌 2년간의 목표 달성 후 장기적 관점의 재단 재정 자립도 증대가 '재무조성TF'팀의 정규팀 신설이 목적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신규 채용 인원 인정을 위해 도구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박 대표이사의 지인 자녀·제자가 사무 보조 인력으로 채용됐다.
사무 보조 직원은 공개 채용 대상으로 되어 있으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정규직 채용 과정에서 탈락한 한 인원(박 대표 지인의 제자)이 대표이사의 지시로 공개 채용을 거치지 않고 공무직으로 채용됐다.
무보수로 일하기로 한 학생(지인의 자녀)에게 보수를 지급했으며, 이 학생에게 업무를 지시한 공연기획팀 직원에게 사무실에서 "내가 이런 일 시키려고 얘를 뽑았는지 아느냐. 너가 뭔데 니 멋대로 일을 시키느냐. 네 일이 많으면 밤을 새워서 해야 하는 것 아냐"라고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문제를 제기한 직원 17명은 "서울 시민의 소중한 문화자산이자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수많은 이들이 노력과 희생으로 일구어온 서울시향이 한 사람의 불순한 의도로 파괴되고 왜곡되는 현실을 더 이상은 좌시할 수 없었다"면서 사태 해결을 위해 2가지 요구사항을 밝혔다.
첫째는 대표이사의 퇴진이다. 이들은 "서울시향은 서울시민들의 문화생활을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서울시 출연기관으로 공무원에 준하는 행동강령을 적용받고 있다"며 "현 대표이사는 서울시 공무원 행동강령 지방공무원 징계기준에 의거, '성실 의무'와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으므로 즉시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둘째는 직원 인사 전횡에 대한 진상 규명이다. 직원들은 박현정 대표이사 취임 후 발생한 고의적 인사 전횡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내외부 감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