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 늪에 빠진 청와대…비선 움직임 사실일까

문건 유출도 큰 문제...얼마나 빼돌려졌는지도 알지 못해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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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씨 국정개입 의혹을 제기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실의 문건이 연말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청와대는 이른바 '그림자 실세'로 불려온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다룬 문건에 대해 문건의 존재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찌라시라고 이야기하는 풍문들을 모은 글'이라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문건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확인된 만큼 문건이 담고 있는 내용의 진위, 문건 작성 경위, 문건 활용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건에서 언급된 '문고리 3인방'으로 통하는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비서관은 해당 보도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기사를 쓴 기자와 언론사 간부 등을 검찰에 고소했다.

이에 따라 문건 내용의 사실 여부, 문건 작성 경위, 문건 유출 의혹 등은 검찰의 손에 맡겨지게 됐다.

그러나 검찰 수사와 상관없이 초유의 청와대 내부 문건 유출과 언론 보도는 '인사실패', '세월호 침몰'로 시련을 겪은 박근혜정부에 또 한번의 커다란 타격이 될 전망이다.

권력 '이너써클'에서 무슨일이 벌어졌길래...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청와대는 권력의 최정점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 내부와 대통령 측근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최대 관심사지만 그 만큼 베일에 가려져 있다.

특히 박근혜정부의 청와대는 '불통'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정도로 외부에 알려지는 게 거의 없다.

그러나 이러는 사이 권력의 최정점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는 점을 이번에 공개된 공직기강비서관실 문건은 보여준다.

박근혜 대통령의 성격과 통치 방법을 아는 사람들은 문건에 나오는 것처럼 정윤회씨와 소위 말하는 '십상시'들이 한 달에 두번 정도씩 만나 국정을 논했을 가능성에 대해 지극히 낮게 본다.

그렇지만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한가하게 시중에 떠도는 풍문이나 수집하고 다닌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받아들기기 힘들다.

더구나 문건 작성자로 알려진 박 모 경정의 상사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다혈질이기는 하지만 공직을 사적으로 이용할 사람도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정윤회 씨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내 세명의 비서관과 연결돼 국정에 개입한 흔적이 공직기강팀에 잡힌 것 아니냐는 의문이 생기는 부분이다.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은 왜 나갔나

지난 4월 중.하순에 조응천 비서관이 사표를 냈다. 자의에 의한 것인지, 타의에 의한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그의 사표와 관련해서 세계일보에 보도된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감찰문건 유출과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세계일보는 지난 4월 2일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감찰문건을 입수해 청와대 행정관 5명이 금품 수수, 골프접대, 품위손상 등 각종 비리로 사실상 경질돼 원대복귀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당시 조 전 비서관의 사표를 3월말에 있었던 시사저널 보도와 연관시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시사저널은 박 대통령의 숨은 측근 정윤회 씨가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씨를 미행시켰는데, 박 씨측이 미행자를 잡아 정윤회 씨가 시켰다는 자술서까지 받았다는 것.

이에 박 씨가 민정수석실 간부 ㄱ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간부 ㄱ은 휘하의 경찰 ㄴ을 시켜 미행사건에 대해 조사를 시켰는데 내사를 진행하던 경찰 ㄴ이 갑자기 원대복귀했다는 내용이다.

조 전 비서관의 사퇴 당시 청와대는 "인생의 다른 길을 걷고자 하여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지만 청와대를 나온 이후 새로운 일을 하지 않고 있는 점도 그의 사표에 대한 의문을 키우고 있다.

측근.친인척 관리 깨끗한 게 장점이었는데...

역대 대통령들은 친인척과 측근 관리를 제대로 못해 정권의 불행한 종말을 자초한 측면이 많다.

그런 점에서 친인척.측근 비리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 박 대통령의 최대 장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정윤회 씨 국정개입 의혹을 제기한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문건을 계기로 판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

정 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일부분이라도 사실로 확인되거나, 청와대내 비서관 3인의 행적에 '사(私)의 그림자'가 끼어 있었다는 점이 드러나면 '측근발호'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의 청와대와 검찰 관계를 볼 때 지금 제기된 의혹이 검찰 수사를 통해 명쾌히 해소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럴수록 의혹이 여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박 대통령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문건 유출 얼마나...靑 "우리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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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 작성자이자 유출자로 알려진 박 모 경정은 CBS 기자와 만나 "청와대 재직 시 있었던 업무 관련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문건 유출 여부에 대해서 만큼은 "내가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면서 "청와대 문건이 유출된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되레 큰소리를 쳤다.

그럼에도 박 경정의 부인에도 청와대는 문건 유출자로 박 경정을 의심하고 있다. 범인이 '내가 범인이오' 자백하겠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해놨으니 지켜보자고 말한다.

하지만 청와대로서는 속이 탈 수밖에 없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기 때문이다. 문건이 얼마나 유출됐는지도 모른다. 경우에 따라서는 민감한 내용이 언론에 추가로 폭로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는 지난 달 29일 보도에서 박 경정이 청와대를 나올 때 라면 두 상자 분량의 문서를 빼돌려 서울지방경찰청 정보분실에 2주 가량 보관했고, 이 가운데 일부가 세계일보에 건네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박 경정이 청와대를 나올 때 한 박스 분량의 개인 짐을 가지고 나와 정보분실에 일주일 가량 보관한 적은 있다며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오늘 수석비서관회의 주재...어떤 말할까?

박 대통령은 1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다.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회의는 지난 10월 6일 이후 한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해외순방이나 정상회의, 지방행사 참석 일정 때문이었다.

따라서 이날 수석비서관회의는 박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들과 정부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에 문건 파동이 터진 만큼 이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이 나올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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