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모 경찰서 정보과장으로 재직 중인 박 경정은 이날 오전 8시쯤 가벼운 점퍼 차림으로 출근을 하다 취재진과 마주쳤다.
"할 말이 없다"며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하던 박 경정을 설득해 약 40분간 대화를 나눴다.
박 경정은 먼저 "청와대 재직 시 있었던 업무 관련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윤회 관련 청와대 문건 유출자로 지목된 데는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박 경정은 "문건 유출자는 내가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며 "청와대 문건이 유출된 거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경정은 "내가 청와대에서 가지고 나와 보관했던 문건이 유출됐다는 일부 보도는 소설"이라며 "문건 자체를 청와대에서 갖고 나오지 않았다"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박 경정은 특히 "(나를 문건 유출자로 지목하는) 보도와 관련해 어디가 그런 소스인지 짚이는 데가 있지만, 누군지 말을 할 수는 없다"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날렸다.
'문건 유출자 지목과 관련해 청와대 안팎에서 누군가 콘트롤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냐'라는 질문에 박 경정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문건 유출 책임을 둘러싸고 청와대 안팎에서 갈등이 있다는 걸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앞서 청와대는 전날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 경영진과 기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문건 유출자로 지목된 박 경정도 수사 의뢰했다.
박 경정은 "내가 먼저 검찰에 출두해 이야기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난 도망 다니는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박 경정은 "어떻게 공직자가 내부 문서를 외부로 유출할 수 있냐"며 "내가 왜 공무원으로서 자식들에게 부끄러운 짓을 했겠냐"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박 경정은 해당 문건 작성 경위 등을 묻자 입을 꽉 닫았다.
박 경정은 "청와대 재직 시 업무와 관련된 것에 대해서는 나는 입이 없다"며 "할 말이 전혀 없다"고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관련해 박 경정은 "서운한 게 있어도 난 공무원이다"라고 덧붙였는데 '서운한 게 있어도'라는 표현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전날까지 이틀간 휴가를 낸 것에 대해서는 "지방에 어머님 병간호를 하고 왔다"며 "이번 일과 전혀 상관없다"고 설명했다.
박 경정은 "일선에 있을 때 당당하게 수사를 했다"며 "이번 일도 떳떳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