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지도부는 28일 회동을 통해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핵심 쟁점에 대한 합의를 타결했다. 야당이 국회 보이콧을 선언한 핵심 이유였던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비롯해 담뱃세, 법인세 비과세 감면 축소 등을 일괄 타결한 것이다.
야당은 누리과정 예산 편성과 관련 합의문에 구체적인 액수 명기를 요구했지만 이는 수용되지 않았다. 대신 '순증액 전액 상당의 대체사업 예산'이란 말을 통해 실리를 챙겼다. 야당은 순증액을 5천 233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와 관련, "순증액이 약간씩 미세하게 차이가 있고 추계에 따라 달라서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교육부 추계를 바탕으로 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야 갈등의 또다른 불씨로 지목됐던 담뱃세 인상은 마지막까지 여야 합의 발목을 잡았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오전 회동을 통해 담뱃세 '2천원 인상'에 대해 잠정 합의를 했다. 하지만 오후 회동에 앞선 야당의 의원총회에선 반발이 터져나왔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 4명은 담뱃세 인상안을 심사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담뱃세 인상에 대한 반대가 일부 있었지만, 지도부에 위임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면서 당 내 반발을 무릅쓰고 합의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막판 합의를 지연시킨 돌발 변수는 회원제 골프장 입장객에 대한 부가금 징수 관련 규정이었다. 이번 예산부수법안에는 회원제 골프장 입장 부과금을 폐지하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야당이 막판 강하게 반발해 회원제 골프장 입장객 부과금 징수는 그대로 유지됐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회원제 골프장 입장객 부과금에 대해선 저희가 전혀 내용을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가 돌출돼, 이에 대해 소관 부서 공무원을 불러 문제를 알아보느라고 시간이 좀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서도 여야 원내대표는 막판 합의에 성공하며, 그 의미를 높게 평가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오늘의 타협과 결정으로 인해 국회에 예산 관련 새로운 전통이 세워지길 바라는 마음"이라면서 "오늘이 앞으로 국회가 원만하게 타협하는 '이정표'같은 날이 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저희들 주장이 많이 반영되지 못했지만, 예산 관련 파행을 어떤 경우든 막아야겠다는데 최선을 다했다"면서 "여야가 이렇게 합의 처리하는 이번 일을 계기로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는 전통이 세워지길 바란다"는 소회를 전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원내의석 3분의 2 이상을 확보하지 못하면 단독처리가 불가능하도록 설계된 국회 선진화법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왔는데, 선진화법이 이번에 여당에게 효자 노릇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여야가 12월 2일까지 예산안 처리를 끝낸다면, 지난 2002년 11월8일 다음해 예산안을 처리한 이후 12년 만에 법정 시한을 지키게 된다. 현행 헌법이 시행된 1988년 이후 법정 시한을 지킨 것은 지금까지 총 6번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