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해당 문건의 공개 이전에 제기됐던 정 씨 관련 의혹들까지 더해지며 비선세력간 권력암투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세계일보는 28일 청와대 내부문건인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정윤회) 동향'의 내용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정윤회는 현재 강원도 홍천인근에서 은거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2013년 10월부터 매월 2회 정도 상경,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소위 '十常侍'(십상시) 멤버들을 만나, VIP의 국정운영, BH(청와대) 내부상황을 체크하고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고 적혀있다.
이 문건의 작성 시점은 2014년 1월 6일로, 작성주체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로 명시돼 있으며 세계일보는 청와대에 파견나온 A경정이 이 문건을 작성해 조응천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에게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오늘 세계일보에 청와대 관련 보도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보도에 나오는 내용은 시중에 근거 없는 풍설을 모은 이른바 찌라시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하고 당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오늘안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강력 대응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 씨가 박 대통령과의 친분, 그리고 박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문고리3인방과의 친분을 이용해 국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은 계속 제기돼 왔다.
박영선 전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지난 7월 "비선 조직의 의혹을 받고 있는 한 사람으로 알려진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종종 청와대 서류를 싸들고 청와대 밖으로 나간다는 사실이 사실상 확인됐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지난 6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외부 인사 개입 등 비선이 움직이고 있다, '만만회'가 움직이고 있다고 하는 말이 세간에 있다"라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만만회'는 이 총무비서관과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 그리고 정 씨의 마지막 이름자를 따서 칭한 것이다.
현재 이같은 의혹과 관련해 명예훼손 소송 등이 진행되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의혹이 사실이라는 것을 입증할 만한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나온 문건이나 제기된 의혹들 모두 시중에 떠도는 풍문에 불과한 만큼 청와대가 이번 기회에 강한 법적대응을 통해 정 씨를 비롯한 각종 의혹을 해소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야당의 입을 통해 박 대통령의 핵심측근과 관련한 국정농단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모자라 이와 관련한 청와대 내부 문건까지 공개된 것과 관련해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찌라시에나 나올만한 의혹이 청와대 내부 문건을 통해 제기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고 마치 정권말기를 보는 것 같다"면서 "법적대응을 통해 사실관계는 가려지겠지만 한번 잃어버린 국민들의 신뢰는 어떻게 회복할 수 있겠느냐"며 우려감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