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지난달 이미 사상 최저수준인 연 2%까지 기준금리를 내린 상황이어서 추가로 금리를 인하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 그러나 금융권과 학계 일각에서는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로 한은의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기준금리 추가 인하 이례적 권고..시장 기대감 상승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이재준 연구위원은 "한국에서도 일본처럼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며 "디플레를 막으려면 한국은행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이 연구위원은 '일본의 1990년대 통화정책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디플레 발생을 막기 위해선 통화 당국의 적극적인 의지 표명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국책연구기관이 이처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은 12월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 의견을 낸 뒤 내년 초쯤에는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다소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박사는 “세계 주요국의 경기,통화정책 흐름을 볼때 (기준금리를 추가로)내리는 것이 타당하다”며 “다만 지금 당장이라기보다는 중국과 미국 등 주요국의 변수를 감안해 내년 상반기 정도에 조정을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도 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삼성증권은 최근 '중국 금리인하 시사점'보고서에서 중국의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로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을 내놨다.중국 등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은이 이같은 추세에 동참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것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요인으로는 우리나라 수출 경쟁력 약화가 꼽히고 있다. 중국의 전격적인 금리 인하로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증가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 위험 요인 가중 속 12월 금통위서 시그널.. 내년 추가 인하 가능성
그러나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등 금리 인하시 위험요인이 가중되고 있어 한은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한국은행의 3.4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은 2006년 4분기 이후 가장 큰 폭인 17조7천억원이 늘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당장 12월에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아 보인다.12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시그널'을 준 뒤 내년 초나 상반기쯤 금리를 추가로 내릴 수 있다는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이 총재는 '엔저 공습'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며 엔저 효과에 따른 시장의 금리 추가인하 기대를 상당 부분 불식시킨바 있다.
한은이 올들어 두번이나 기준금리를 인하해 사상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금리 인하 효과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두 번의 금리 인하 이후 한은이 견지해온 입장과는 반대로 대내외 여건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압박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한국은행이 대내외 경제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12월 금통위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