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가 28일 입수해 공개한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내부문건에는 대통령 보좌관 출신으로 이뤄진 비선실세들이 국정에 개입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들어있다.
이 문건에는 "정윤회는 2013년 10월부터 매월 2회 정도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소위 '十常侍'(십상시) 멤버들을 만나, VIP의 국정운영, BH(청와대) 내부상황을 체크하고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고 적혀있다.
십상시는 한때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던 정윤회 씨와 소위 문고리권력으로 불리는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제1, 제2 부속비서관을 포함해 박 대통령의 보좌진 출신 인사들을 지칭한다.
특히 이 문건에는 정 씨와 청와대 핵심 비서관 3인을 포함한 10명의 인사가 정기적으로 만나 청와대 내부 사정과 인사 문제를 논의했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또 "정보지 및 일부 언론을 통해 바람잡기를 할 수 있도록 정씨가 정보유포를 지시했다"는 내용도 실려있다
문제의 문건은 올해 1월6일 작성됐고, 당시 증권가 찌라시(정보지)와 정치권에 떠돌던 '김기춘 비서실장 중병설 및 교체설' 등의 소문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파악하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박 대통령의 인사 참사(慘事)가 있을 때마다 비선의 개입 의혹이 커져온터에 이같은 문건이 공개되면서 파장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문제의 문건은 "시중의 근거 없는 풍설을 모은 이른바 '찌라시'에 불과한 것으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적극 해명하면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현 정부 출범이후 비선라인과 관련한 논란은 한시도 끊이지 않은 채 계속되고 있다.
각종 인사참사 때마다 이른바 문고리 권력 등 비선의 존재가 논란이 됐고 야당에서는 물론 여권 인사들조차 비선조직 문제가 있음을 지적해왔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지난 6월 "박 대통령이 공식 채널이 아닌 소규모 비선 라인을 통해 상당히 얘기를 많이 듣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비공식적인 의사 결정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등 공식 비서진이 있고 정부 각료와 여당 지도부까지 있는데 이런 공식 라인을 제쳐둔 채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 등으로 이뤄진 비공식 라인이 국정에 관여한다면 이는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역대정권에서도 비선라인을 통해 국정을 잘못 운영하다가 큰 홍역을 치른 사례를 국민들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라도 대통령 주변에 비선라인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
청와대의 해명대로 이번 문건 파동이 단순히 찌라시를 정리한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비선라인의 국정개입 논란이 제기되는 것 자체가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청와대 문건까지 공개된 마당에 청와대는 더 이상 비선조직이나 숨은 실세와 같은 논란이 일지 않도록 국민 앞에 명확히 소명을 하고 앞으로 국정운영을 투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