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균 제품이 가득 담긴 손수레와 함께 남구 대연동 곳곳을 누비며 새벽을 여는 이서원(68) 씨. 일명 '야쿠르트 아줌마'로 불리는 이 씨의 손수레에는 음료 제품 말고도 손수 담근 김치도 담겨 있다.
배달 35년 차인 이 씨가 새벽녘 가장 많이 마주치는 사람들은 폐지를 줍는 독거노인이다.
이 씨는 십수 년 전, 이들로부터 김치도 없이 끼니를 때운다는 얘기를 듣고 안타까워만 할 수 없어 집에서 직접 만든 김치를 가져와 배달 길에 나눠주기 시작한 것이다.
"폐지 줍는 어르신들께 김치를 건네면 며칠 뒤 이분들이 길거리에서 홍보물로 받아온 휴지나 사탕 등을 제게 가져다주셔요. 어떤 분은 뭐라도 전해주기 위해 몇 시간을 저를 찾아 돌아다니시기도 했대요. 제가 드리는 것보다 열 배 이상의 따듯한 마음을 돌려받는 것 같아 행복합니다"
이렇게 시작된 김치 나눔 활동이 입소문을 타면서 부산 전역의 '야쿠르트 아주머니'들이 이에 동참하기 시작했고, 2004년부터는 전국 6개 주요 도시에서 진행되는 행사로 확대됐다.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누려는 이 씨의 이웃사랑은 이뿐만이 아니다.
사무실에 저금통을 비치해놓고 틈나는 대로 한푼 두푼 집어넣었는데, 아무도 예상치 못한 2천만 원의 거액이 모여 한국백혈병 소아암협회 부산지부에 기탁할 수 있었다.
이 씨는 "나에게는 조그만 재물이라도 절실한 이들에게는 목숨도 살릴 수 있는 기부의 힘"을 강조한다.
이웃을 향한 이 씨의 작은 관심이 주변 사람들도 기부에 동참시키면서 우리 사회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