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권영철의 와이뉴스 전체듣기]
특히 경제위기설과 함께 기업의 구조조정설이 나도는 와중에 정부 주도가 아닌 기업 스스로의 자발적 필요에 의한 빅딜이었다는 점과 공교롭게도 두 그룹의 후계 승계와도 맞물린다는 점에서 재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삼성 vs 한화 빅딜, 왜 후계구도와 맞물리나?"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대형 빅딜에서 누가 좀 더 이득을 본거냐?
= 삼성이나 한화 양쪽 모두 만족하는 분위기다. 윈윈이라는 얘기다.
삼성은 비주력계열사이면서 '계륵' 같은 존재이던 화학과 방위산업 분야를 털어냄으로서 몸집을 줄였다. 삼성전자의 부진으로 구조조정 설이 나오던 와중에 대형 빅딜이 성사됨으로서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이뤄진 것이다.
한화로서도 전혀 불만이 없는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다. 삼성으로서는 계륵 같은 존재지만 한화로서는 주력사업인 화학과 방산분야를 확대 강화하는 차원이니까 매우 만족하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매우 만족스러운 빅딜"이라고 말했다.
양쪽이 모두 이득을 본 셈이지만 세밀하게 따진다면 외형적으로는 한화가 조금 더 실리를 챙긴 게 아닌가 하는 그런 분석이 나온다. 한화가 장부가액보다 낮은 양호한 가격으로 인수를 한데다 이번 거래로 국내 방산사업 1위, 석유화학사업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증권가에서는 삼성이 이득을 본 것으로 평가한다. 한화가 그룹의 주력사업을 확대 강화하는 측면은 있겠지만 단기적으로 볼 때는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삼성테크윈의 경우 올 3분기까지 1조9,323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145억 원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고 올 상반기 삼성종합화학에 합병된 삼성석유화학의 경우 지난해 순손실이 421억 원 (매출 2조3,642억 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 빅딜이라기보다는 M&A가 맞는 것 아닌가?
= 사실 빅딜이라면 주고받아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한화가 4개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니까 빅딜이라기보다는 M&A라는 표현이 맞다. 시중에서도 빅딜이라기보다는 M&A가 맞지만 1위 그룹이 10위 그룹에 회사를 매각하는 파격이다 보니 M&A라기 보다는 빅딜로 불리는 것 같다는 그런 얘기들이 나온다.
▶ 한화가 인수대금 2조원을 어떻게 마련할 지가 관심사인데?
한화그룹 관계자는 "사내유보금과 그룹 내 잉여자금, 자산 유동성 등을 고려하고 인수대금을 분납하는 점을 고려하면 자금부담은 크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한화그룹의 이런 입장과는 달리 자금난에 봉착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한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대우해양조선을 인수를 추진하다가 중도금을 마련하지 못해 인수를 포기하고 계약금만 날렸다.
그래서 재계 일각에서는 한화가 그룹 내 주력사업의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 계열사를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는 회사는 2~3조원대로 평가되는 한화생명이 유력하다는 그런 얘기도 들린다.
시중에는 한 때 삼성이 인수대금 8천여억 원을 한화에 빌려줄 것이라는 말도 나돌았지만 한화는 그런 사실을 부인했다.
▶ 한화와 삼성그룹 간 인수합병은 누가 주도한 건가?
= 빅딜의 결과로 누가 가장 큰 이득을 본 것인가를 따져보면 유추가 가능할 것이다. 삼성에서는 극구 부인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가장 큰 이득을 봤다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다. 한화 김승연 회장도 경영일선에 복귀할 명분을 얻었다는 그런 평가가 나온다.
따라서 이번 빅딜은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한화 김승연 회장이 주도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2조 원대에 이르는 대형 빅딜은 그룹의 오너가 아니면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다. 공식적으로는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서 이뤄지는 것이지만 이런 결정은 전문경영인이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화학과 방산분야를 한화에 매각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2~3년 전부터 추진이 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한화그룹 핵심관계자는 "적어도 2~3년 전부터 추진돼 온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한화 김승연 회장이 구속되기 전 그리고 삼성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유고가 일어나기 전에 두 그룹 간 물밑 교섭이 이뤄지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던 것이 김승연 회장의 구속과 이건희 회장의 건강문제로 미뤄지다가 올 여름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졌고 연말이 가까워오면서 급물살을 탄 것으로 보인다.
재계 일각에서는 빅딜을 성사 시킨 건 삼성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한화에서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라원 영업실장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얘기가 나돈다. 두 사람이 하버드대 동문으로서 평소 두터운 친분을 유지해왔는데 그게 바탕이 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 삼성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확실히 그룹을 장악했다는 그런 얘기도 들리는데?
그동안 삼성가 3남매의 후계 구도는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와 금융 부문을 맡고, 이부진 사장이 호텔과 중공업 그리고 화학부문을, 이서현 사장이 패션과 미디어를 맡는다는 것이었지만 이번 빅딜성사로 이 구도가 바뀌게 된 것이다.
빅딜 결과 화학 부문이 후계 구도에서 제외됨으로서 이부진 사장의 역할은 대폭 줄어들게 된 것이다. 여기에 삼성물산의 상사와 건설부문이 어떻게 될 것인가도 관심사다. 시장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와 금융, 건설부문까지 맡을 것으로 전망하는 데 그럴 경우 그룹의 주력사업을 이재용 부회장이 대부분 이끌게 되는 것이다. 이부진 사장은 호텔과 상사 쪽을 전담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빅딜로 존재감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면서 앞으로 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해지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빅딜을 '이재용 식 삼성그룹'의 출발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 한화 김승연 회장이 이번 빅딜을 계기로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건가?
그 이후 건강이 어느 정도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영전면에 나설 명분이 없었다. 그렇지만 이번 빅딜 성공으로 한화는 국내 방산사업 1위, 석유화학사업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고 김승연 회장이 경영일선에 나설 명분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은 재판이후 그룹회장으로서의 상징적 지위를 유지해왔고 회사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고민해 왔다"면서 "인수의사 결정이 이사회 의결로 이뤄졌지만 회장님의 의지가 중요했다"고 말했다.
김승연 회장의 경영전면 복귀와 관련해 한화그룹의 다른 관계자는 "특별한 이벤트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라도 회사에 출근하면 그게 복귀라는 얘기다.
한화의 경우 이번 빅딜이 직접 후계구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앞으로 후계구도를 짜는 포석으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승연 회장이 만 62세로 아직 젊은 편이고 세 아들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경영권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재계에서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라원 영업실장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한다.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100%를 보유한 한화S&C가 금번 빅딜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승계기반을 넓히게 됐기 때문이다.
한화S&C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이 지분 50%, 차남 김동원 한화그룹 디지털팀장이 지분 25%, 삼남 김동선 한화건설 매니저가 지분 25%를 보유한 오너 3세 회사다.
한화S&C의 자회사 한화에너지가 삼성종합화학을 인수하면서 한화 S&C의 덩치를 키워서 그룹 지주회사인 ㈜한화와 합병하는 절차를 거친다면 '한화 3세'들은 그룹 주요 계열사를 지배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후계 승계기반이 확장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빅딜이 산업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나?
=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빅딜이 기업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한다.
IMF 직후의 기업 빅딜은 정부주도였다. 외환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이제는 기업의 자율적인 판단에 의한 M&A가 불가피해지는 것이다.
삼성그룹이 이번 빅딜에 대해 "급변하는 글로벌 경쟁 환경과 반복되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이 절실한 시기"라면서 "자발적 빅딜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재계서열 1위의 삼성그룹이 재계서열 10위인 한화그룹에 비록 비주력기업이라고 해도 회사 4개가 인수 합병된다는 건 엄청난 사건이다. 삼성이 이런 선택을 한다는 건 그만큼 삼성그룹의 상황이 급박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래서 삼성그룹에 이어서 다른 그룹들도 안팎으로 선택과 집중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그런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되는 사업은 키우고 안 되는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해서 다가올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