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주지역 조직폭력배들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등 대대적인 단속을 예고하고 있다.
26일 폭력조직과 경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상대 조직원을 살해한 조직폭력배가 속한 전주 A 폭력조직은 최근 조직원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조직원이 숨진 B 폭력조직과 마찰을 피하고 혹시 모를 보복범죄에 대비해 타 시도에 가 있으라는 '그들만의 지령'이 떨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A 조직 폭력배들은 대부분 전화기를 끄거나 모르는 전화는 받지 않은 채 다른 지역으로 피신해 있는 상태다.
B 폭력조직에는 '금주령'이 내려졌다.
행동대원급이지만 중견인 최모(43) 씨가 상대 조직의 실세에게 살해당함에 따라 복수에 나서거나 우발적인 범행을 저지를 조직원이 있을까 우려해서다.
최 씨에 대한 49제가 끝나기 전까지는 자중하라는 게 B 조직의 지령이다.
A와 B 조직이 자중하고 있는 것은 조폭 간 살인사건으로 가뜩이나 수사기관이 촉각을 세운 마당에 괜한 빌미를 제공하지 말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보복범죄가 일어났을 경우 서로 간에 끝 모를 전쟁에 돌입해야 하는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폭들의 전쟁 가능성'에 대해 한때 폭력조직에 몸담았던 40대는 "지금의 폭력조직은 의리나 대가 있는 사람이 적고 돈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복수를 하거나 전쟁에 나설 조직원이 없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하지만 B 폭력조직은 숨진 최 씨의 장례식장에서 "오늘 일을 절대 잊지 말자"며 나름 비분강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 조직원이 당했는데 침묵하는 것은 조직의 체면과 규율이 서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은 것이다.
전북지방경찰청은 살인사건과 최근 조직폭력배들의 분위기에 따라 폭력조직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와 대대적인 단속을 예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살해 용의자 검거에 주력하는 한편 폭력조직의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형사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며 "폭력조직의 금주령과 대피령 탓인지 다행히 최근 전주시내에는 조폭들이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2일 전주시 중화산동의 한 음식점 주차장에서 A 폭력조직의 실세 최모(44) 씨가 B 폭력조직 소속 최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열린 B 폭력조직 소속 조직원의 결혼식장에서 예의 문제로 다툼을 벌였고, 화해를 위해 마련한 술자리에서 범행이 일어났다.
당시 사건 현장에 있던 A 폭력조직원 2명은 25일 경찰에 붙잡혀 경찰 유치장에 입감된 상태다.
하지만 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최 씨는 여전히 잠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