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공상과학영화 ‘인터스텔라’를 본 사람들은 한번쯤 웜홀을 통해 우주 저편을 여행하는 것이 과연 실제 과학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궁금했을 것이다.
웜홀은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묘사된 것처럼 어떤 은하와 은하 사이처럼 멀리 떨어진 두 지점을 빠르게 여행하는 것이 가능한, 시공간 구조를 관통하는 이론적인 터널이다.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 가운데 한사람이면서 영화 인터스텔라의 책임프로듀스인 킵 손은 미국의 우주과학 전문 뉴스사이트인 스페이스 닷 컴과의 인터뷰를 통해 ‘웜홀 여행이 과학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킵 손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웜홀은 우주 공간에 실제 존재할 수 있지만, 웜홀을 이용한 우주여행은 공상과학에서나 가능한 일이다고 말한다.
상대성이론과 블랙홀, 웜홀에 대한 세계 최고의 권위자인 손은 “누구도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고, 그래서 정확히 알 수는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사람이 웜홀을 통해 여행하는 것은 물리학 법칙에 의해 불가능하다는 매우 강력한 암시들이 있고, 슬프고 불행한 일이지만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설명했다.
손이 말하는 웜홀 여행의 가장 큰 장애물은 웜홀의 불안정성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웜홀의 벽이 너무 빨리 붕괴되기 때문에 어떤 것도 통과할 수 없다”며 “따라서 웜홀을 통과하려면 웜홀을 지나는 동안 통로가 열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웜홀의 통로를 열린 상태로 유지하려면 인력을 상쇄하는 어떤 것, 말하자면, 음에너지(negative energy)를 삽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손의 설명이다
음에너지는 양자효과를 이용해 연구실에서 이미 만들어졌다. 손은 그러나 “웜홀이 열린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음에너지를 얻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명확하진 않지만 강력한 암시가 있다”고 말한다.
더욱이 설령 여행이 가능한 웜홀이 존재하더라도 자연적으로 생겨날 가능성은 사실상 없고, 진보된 문명에 의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
이 점은 영화 인터스텔라 속에서 나오는 내용이다. 알 수 없는 존재들이 토성 근처에 웜홀을 건설했고, 주인공 쿠퍼가 이끄는 소수의 개척자들이 이 웜홀을 이용해 식량난으로 위협받는 지구를 대신할 새로운 행성을 찾아 다른 은하로 여행을 떠난다는 부분이다.
손이 쓴 책 ‘항성 간 과학(The Science of 'Interstellar)'에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중력에 의한 시간 지연, 초질량 블랙홀 근처의 궤도를 도는 외계행성 등의 과학 이론이 자세히 설명돼 있다.
웜홀은 지난 수십년간 많은 공상과학 소설의 소재가 돼왔다. 흥미롭게도 손은 이 소설들 가운데 잘 알려진 ‘컨택트(Contact)’가 과학자들이 실제 웜홀의 가상적인 구조를 보다 잘 이해하려고 시도하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말한다.
그는 “웜홀 물리학에 대한 현대적 연구는 대개 영화 ‘컨택트’에서 기인한다”고 말했는데 영화의 원작 소설인 ‘컨택트’는 저자 칼 세이건(후에 저명한 물리학자가 됨)이 손의 자문을 얻어 1985년 저술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