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시사만 1주일에 5100분…종편 맞나요?

[종편 출범 3년…이대로 괜찮은가①] 종편인듯, 종편아닌, 종편같은 채널

많은 이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태어난 종합편성채널(종편). 출범 당시 다양성 확대, 글로벌 경쟁력 강화, 일자리 창출 등 장밋빛 전망을 내세웠지만 3년이 지난 지금 그 결과는 어떠할까. CBS노컷뉴스가 종편 3주년을 맞아 종편의 현재 모습과 그로 인해 미디어 생태계는 어떻게 변했는지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주]

◇ "종편의 뉴스·시사 프로, 풍요 넘어 오염 수준"

‘종합편성채널’은 뉴스·드라마·교양·오락·스포츠 등 모든 장르를 방송하는 채널을 일컫는다. 그러나 정작 종편으로 채널을 돌려 보면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으로 가득해 정체성이 의아하다.

윤성옥 경기대 교수(언론미디어학과)가 지난 20일 한국언론정보학회 토론회에서 발표한 ‘종편채널의 보도 프로그램 왜 문제인가’를 보면, 종편이 뉴스·시사 프로를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편성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1월 3일부터 16일까지 2주간의 지상파와 종편 편성표를 살펴보면 TV조선의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 편성 시간은 5100분에 달했다. 일주일(1만 80분)의 절반을 차지한 셈이다.

그 다음으로 채널A 4400분, MBN 3410분, KBS1 2975분, JTBC 2725분, MBC 2320분, SBS 2145분, KBS2 630분순이었다.

윤성옥(2014). 종편채널의 보도 프로그램 왜 문제인가. 한국언론정보학회, 22-23
종편마다 차이가 있지만 평일 오전부터 저녁까지 뉴스·시사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있으며, 방송 분량이 70분~120분 등 장편이라는 점도 확인된다.

특히 종편 채널 중 TV조선, 채널A의 경우 평일 오전 6시대부터 오후 10시까지 중간에 한두 시간씩을 제외하고 전 시간대를 뉴스·시사 프로그램으로 집중 편성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오후 2시~오후 6시까지는 4개 종편이 모두 뉴스 또는 시사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시청자들은 원하던 원치 않던 거의 오후 시간대에는 뉴스·시사 프로그램에 노출되는 셈이다.

이를 두고 한림대 최영제 교수(언론정보학과)는 “종편이 '필요 이상'으로 공익 채널이 됐다”고 평했고, 윤 교수 역시 “편성량으로 볼 때 현재 종편의 뉴스·시사 프로는 풍요를 넘어 과잉이나 오염에 가깝다. 종합편성채널의 의미가 무색할 정도이다”고 분석했다.

◇ 탐사 보도 없고, 스튜디오에서 수다만

더 심각한 문제는 종편의 뉴스·시사 프로그램은 양은 늘었지만 질은 더욱 떨어졌다는 점이다. 장기간의 심층 취재나 정통 탐사보도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 당장 국면한 정치 문제를 그날그날 소비하는 집담 형태의 스튜디오 제작물이다.

뉴스인지 시사, 토론 프로그램인지 명확하게 구분하기도 어렵다. 사실과 논평이 혼재돼 있어 시청자에게는 패널의 의견이 사실이나 진실인양 인식될 수 있다.


채널A - 정용관의 시사병법. 대부분 이런 식으로 스튜디오에서 집담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스튜디오 제작물은 저비용으로 오랜 시간을 방송할 수 있어 종편에서 선호하고 있다.
정치적 쟁점에 있어서도 꼭 필요한 정보와 객관적인 판단 기준 등을 제공한다기보다는 일방적인 관점(대체로 보수)을 강요하거나, 추측이나 소문으로 정치적 사안에 접근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윤성옥 교수는 "이러한 종편의 뉴스·시사 프로는 민주주의에서 의미 있는 정치적 절차와 과정과는 무관할뿐더러 오히려 주관적, 감정적 논의에 기반한 보수와 진보의 대립과 갈등만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주제 역시 다양하지 못하다. 대부분 국내 정치를 주제로 삼고 있으며 국제·경제·통일·사회·인권·아동·빈곤 등의 주제는 포섭하지 못한다.

심지어 종편 간 경쟁이 심화되니 다른 채널이 다루지 않는 내용을 파헤쳐 더욱 선정적인 내용으로 갈 수밖에 없다.

단독 보도의 한 획을 그었던 사건. <채널A>가 유대균 씨가 검거 전날 ‘뼈없는 순살치킨’을 시켜먹었다고 ‘단독’을 내자, 이 “나는 치킨을 싫어하고 해산물을 좋아한다”라는 유 씨의 증언을 '특보'로 내보낸다. (당시 영상 캡처)
◇ ‘특정 정당과 인물’에 막말·조롱 가득

방송으로 나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막말과 조롱성 발언도 가득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종편 4사 방송에 대해 가한 제재건수를 살펴보면 총 135건으로, TV조선이 받은 제재는 66건(49%)에 달했다. 이어 채널A 35건, MBN 19건, JTBC 15건순이다. 지상파 3사(총 37건)에 비해 4배 정도 많다.

종편 4사의 방송심의규정 위반 조항 건수는 총 251건으로, TV조선(138건)이 가장 많이 위반했다. 구체적으로 TV조선은 품위유지 37건, 명예훼손 24건, 공정성 23건, 객관성 19건을 위반했다.

프로그램으로 살펴보면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 18건, TV조선 ‘TV조선 낮뉴스1’ 17건, 채널A '박종진의 뉴스쇼 쾌도난마‘가 10건이었다.

실제로 방송했던 내용을 살펴보자.

"안철수 의원이, 그 백 년 가는 '새정치연합'이라는 당을 만든다 그랬는데 100일도 못가는 '헌정치 야합당'으로 항복 선언을 하게 되는 이런 한계를 극명하게 … 이게 좋을까 저게 좋을까? 간만 본다고 해서 '간철수' 뭐 이런 별명까지 얻었던 안철수 의원입니다. 어떤 분이 어제 그러더군요. 이제는 이당 저당 날아다니는 그런 뜻에서 ‘새철수’ 뭐 이런 별명을 붙여야 되지 않느냐고요.“
- TV조선<김광일의 신통방통> 2014. 3. 3 방송 중 → '권고'

변희재 대표가 출연했던 채널A '박종진의 뉴스쇼 쾌도난마' 방송.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출연 대담 중 “호남은 민주당의 포로다. 좋게 표현해 포로지 노예다. 호남인들이 ‘부산정권 만들겠다’는 문재인에 90% 몰표를 주는 건 정신질환이다.”
-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 2014. 1. 14 방송 중 → '주의'

공정성·객관성·명예훼손·품위유지 4개 조항을 위반하는 사례가 빈번하며, 주로 특정 정당(새정치민주연합, 통합진보당 등 야당), 특정 인물(안철수, 이석기, 박원순 등 야권 인사), 특정 단체(철도노조, 정의구현사제단, 조계종 등)이 그 대상이 됐다.

윤 교수는 “종편의 방송심의 제재 사례를 보면 거의 객관적 사실의 전제 없이 조롱, 폄훼, 비난의 경우가 대부분이고, 제재 건수로 보면 지속적이면서도 반복적이다”며 “종편이 보수 성향에 가깝다는 걸 고려할 때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고, 결국 그 피해자는 국민이 될 것이다"고 평가했다.

◇ 남다른 종편 JTBC, 하지만 더 지켜봐야

이러한 종편의 행태 속에서 JTBC의 행보는 눈에 띈다. 혼자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뉴스·시사 편성 비중이 TV조선의 절반 정도인 2725분으로 종편 4사 중 가장 적고, 방심위 심의 제재 건수 역시 15건으로 가장 적다.

가령 같은 공정성 위반이더라도 종편 채널이 대부분 야권·야당 쪽을 비판하다 문제가 됐다면, JTBC의 경우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세월호 사건 다이빙벨 보도' 등 정부에 대한 비판 감시라는 차이가 있다. (JTBC 측에서는 현재 이 2건은 소송 중이라 제재가 확정된 게 아니라고 밝혔다.)

지난 4월18일 JTBC ‘뉴스9‘에서 손석희 앵커가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와 인터뷰하고 있다. (JTBC 화면 캡처)
여타 종편과는 달리 드라마, 예능 등 콘텐츠 제작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JTBC 뉴스 역시 손석희 보도담당 사장 취임 이후 지상파보다 낫다라는 평가까지 받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JTBC에 대한 평가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종편 4사 중 콘텐츠 제작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음에도 JTBC 시청률이 가장 낮으며(MBN>TV조선>채널A>JTBC, Nelison Korea National 가구 기준, 11월 둘째 주), 손석희 사장이 JTBC를 떠나도 현재의 논조를 유지할 수 있는지는 판단하기 이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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