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들 절규 "함부로 짓밟지 말아주십시오"

노동·사회단체 범시민단체 연석회의 결성… "노동부, 당장 현장 감독 나서야"

25일 압구정 A아파트의 분신자살한 경비원 고(故) 이 씨가 근무했던 경비실에는 다른 사람이 그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임금을 적게 줘도 좋습니다. 제발 연약한 노동자를 함부로 짓밟지 말아 주십시오"

서울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김인준 현장대표는 때로는 한숨을 쉬며, 때로는 목소리를 높이며 울분을 토했다.

김인준 대표는 지난달 7일 입주민의 인격모독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끝내 숨진 경비원 이 모(53) 씨의 동료다.


이 씨 사망 사태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 19일과 20일 이 아파트 경비원 78명은 전원 해고 통지를 받았다.

김 대표는 "해고를 피하기 위해 입주민 서명을 받으려 했는데 관리소에서 제지했다"며 "사흘 뒤인 19일부터 모든 경비원에게 해고 통지서를 보냈다"고 말했다.

또 "오늘 입주자대표와 면담하고 기자회견을 했는데 그 사이에 입주자 측이 몰래 옥상 문을 잠갔다"며 "2년 전 부당 해고를 철회하라며 고공 농성을 벌였는데 경비원들이 다시 행동에 나설까 봐 문을 잠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법 개정과 상관없이 임금 동결을 감수하는 대신 63세까지만 정년을 보장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120~130만 원 임금도 감수하겠다는데 입주민들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언론이 나서서 입주민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최저임금 100% 시행을 앞두고, 우려했던 경비원 대량 해고 사태가 현실화함에 따라 노동·사회단체 등이 긴급하게 나섰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노동·사회단체들은 25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본부에서 '경비노동자 대량해고 대책 마련 범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를 결성했다.

연석회의는 "서울 노원구 A 아파트 경우 8월 1일부터 5개월짜리 계약서를, B 아파트는 내년 6월 말 계약만료인 경비노동자에게 올 12월에 만료되는 계약서를 내놨다"며 신현대아파트 외 전국 곳곳의 아파트에서 경비 인원 감축 수순을 밟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 대응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고 연석회의는 강력하게 비판했다.

연석회의는 "노동부가 지난 24일 내놓은 대책인 60세 이상 고령자고용지원금 수혜 인원은 전체 경비노동자의 6%인 3,194명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분기별 18만 원 수준으로 해고를 막기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노동부가 약속한 집중 점검도 이미 경비 인력 감축이 완료된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 1/4분기에 진행될 예정이어서 '뒷북 점검'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공익법무법인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정부가 2012년 '해고 사태가 우려된다'며 최저임금 100% 적용을 3년간 유예했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을 예상하고 대안을 진작 준비했어야 했다"며 "정부가 당장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대량 해고의 위법성을 적극적으로 주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석회의는 다음 달부터 매주 수요일 전국 주요 지하철역 등에서 경비원 해고를 막기 위한 홍보 활동을 펼치는 한편 관련 법 개정 및 정부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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