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잡힌 대표이사와 막역한 동업자는 지난해 검사와 판사 10여 명에게 골프나 룸살롱 접대 등 향응을 제공한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일기도 했다.
서울서대문경찰서는 지난 23일 오전 전남 장성군에 있는 모 교회 앞에서 노량진역사주식회사 회장 김 모(61) 씨를 붙잡았다.
김 씨는 2009년 1월쯤 노량진민자역사 공사 대금 50억 원어치의 약속어음 지급 기일을 변조해 행사한 혐의(유가증권변조) 등으로 서울동작경찰서에서 지명수배가 내려진 인물이다.
또한 김 씨는 노량진민자역사 내 상가 사기 분양 등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과 서울강북경찰서에서도 수배를 받는 등 수천억 원대 민자역사 개발 공사 관련 잡음의 중심에 서 있었다.
경찰은 김 씨가 최근 경기도 일산에서 전남 장성으로 거주지를 옮겼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또, 김 씨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는 점에 주목해 장성 인근 교회 주변을 탐문했다.
이후 모 교회를 특정해 잠복하다 새벽기도를 나온 김 씨를 현장에서 붙잡았다.
2002년 말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 철도 용지 3만 8,650m²에 첨단 역무시설과 백화점 등을 짓기 위해 시작된 해당 사업은 사기 분양 등 각종 법적 문제에 시달리며 10년 넘게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 범법자에게 사업권 준 코레일
노량진민자역사 사업은 코레일이 서울 중심 '알짜부지'에 들어서는 해당 사업권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삐걱대기 시작했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노량진민자역사' 사업권을 코레일에서 받은 김 씨는 2006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05년 7월 서울중앙지검은 김 씨가 2002년 철도청 로비 명목으로 사업 파트너인 진흥기업에서 2억 5,000만 원을 받고 노량진민자역사 분양 계약금 등 50여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했고, 법원은 김 씨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13년 8월1일자 노컷뉴스 '코레일은 '범죄 전력자'에게 민자역사 사업권을 왜 줬을까?' http://www.nocutnews.co.kr/news/1077856)
이후 김 씨는 항소를 포기해 유죄가 확정됐지만, 코레일은 2007년 11월 '노량진민자역사 단독 사업 주관자' 권리를 김 씨에게 다시 줬다.
김 씨는 함께 사업권을 따냈던 중소건설업체 진흥기업과 법적 다툼을 벌였지만, 코레일은 김 씨가 진흥기업 주식을 인수하게 해 결국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김 씨를 단독 사업 주관자로 선정했다.
당시 법조계와 노량진민자역사 개발 사업 주변에서는 상식 밖 결정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코레일 안팎에서는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코레일 측에 금품로비를 한 의혹을 산 범법자 입단속을 위해 사업권을 넘긴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사기 분양 피해자 채 모 씨는 "어떻게 공기업이 사기꾼에게 사업권을 통째로 넘겨줄 수 있는지 기가 막히다"며 "이 때문에 사기 분양 피해액이 850억 원으로 불어났다"고 한탄했다.
김 씨는 분양 피해자들이 수원지검에 사기 혐의로 자신을 고소하자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잠적했지만, 이번에 결국 경찰에 붙잡혔다.
김 씨가 경찰에 붙잡히면서 노량진민자역사 사업 관련 배임·횡령 형사재판은 물론 사기 분양 관련 민사소송 등 약 10개의 재판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서대문경찰서가 검거한 김 씨는 동작경찰서에서 유가증권 변조 혐의 관련 조사를 받은 뒤 신병이 서울중앙지검으로 인계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강북서와 서대문서 등 여러 곳에서 수배가 내려진 상태라 보강 조사 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 동업자는 검사 판사 향응 파문
이번에 붙잡힌 김 씨와 실질적 동업자 관계에 있었던 이 모 씨의 검사·판사 향응 사건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지난해 7월 검찰에 제출된 '청원서'를 입수해 2008년부터 1년 넘게 부장급 K 검사 등 검사와 판사 10여 명이 브로커 이 씨로부터 각종 향응을 받았다고 보도했다.(13년 7월30일자 노컷뉴스 '검.판사 10명,'사기분양 브로커'로부터 골프·룸살롱 접대' http://www.nocutnews.co.kr/news/1077533)
이 씨는 이번에 붙잡힌 김 씨의 실질적인 동업자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청원서와 진술서에는 이 씨가 부장급 K 검사 등 검사와 판사 10여 명에게 향응을 제공한 사실들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해당 청원서는 노량진민자역사 분양 브로커인 이 씨를 배임 혐의로 고소한 또 다른 동업자가 당시 서울중앙지검 담당 검사에게 제출한 것이다.
당시 검찰은 K 검사 등이 향응을 받았다는 청원서를 접수하고도 감찰 조사를 벌이지 않아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