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NBC 스포츠 야구 전문 페이지 하드볼토크는 23일(한국 시각) "미네소타가 양현종에 대한 포스팅 최고 응찰액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미네소타 지역 언론 세인트 폴 파이오니어도 "미네소타가 양현종 포스팅에서 이겼다"면서 "거의 성사단계"라는 구단 국제 스카우트의 말도 인용해 보도했다.
응찰액은 역시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2일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으로부터 양현종의 포스팅 최고 응찰액을 통보받아 이를 KIA에 전했다. 예상보다 낮은 금액이라 발표되지 않았다.
200만 달러(약 22억 원)에 샌디에이고(SD)와 협상하게 된 김광현(26 · SK)보다 낮은 액수라는 추측이다. 올해 16승을 거둔 에이스를 헐값에 보내기 어려운 KIA의 입장이다.
하지만 KIA는 여론의 역풍을 고심하고 있다. 이미 SK 역시 만족할 만한 이적료가 아닌 상황에도 김광현의 MLB행을 용인한 상황. 이런 가운데 KIA가 양현종의 미국행을 불허한다면 팬들의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88년생 동갑내기인 둘은 모두 올 시즌 뒤 구단 동의 하에 해외로 진출할 자격을 얻었다. SK와 KIA 모두 더 큰 무대로 나서겠다는 선수들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 다만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준의 이적료를 단서로 달았다. 그러나 SK는 당초 최소 500만 달러 이상을 예상했지만 고심 끝에 절반도 안 되는 액수에 OK 사인을 내렸다.
▲거센 여론 역풍-선동열 딜레마…KIA의 선택은?
더욱이 KIA는 한번 팬들의 힘에 호되게 당한 바 있다. KIA는 올 시즌 뒤 계약이 만료되는 선동열 감독의 재계약을 발표했다가 거센 반대 여론에 시달렸다. 이에 일주일도 안 돼 선 감독이 자진 사퇴했고, KIA는 김기태 전 LG 감독을 후임으로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KIA가 양현종을 눌러앉힌다면 적잖은 여론의 반발이 예상된다.
KIA는 약 20년 전 전신 해태 시절 해외 진출과 관련해 비슷한 상황을 겪은 바 있다. 공교롭게도 선 감독이 당사자였다. 1995시즌 뒤 선 감독은 일본 진출을 선언했고, 당시 해태는 극력 반대했다. 전력의 핵심을 떠나보낼 수 없었다.
하지만 11시즌 동안 투수 3관왕만 4차례, 팀 우승도 6차례나 일궈낸 선 감독의 의지는 확고했다. 은퇴까지 불사하겠다며 맞섰고, 결국 해태는 여론 조사 끝에 80%에 이르는 국민 찬성에 백기를 들었다.
19년이 지난 뒤 KIA는 다시 에이스의 해외 유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물론 다소 다른 상황이다. 당시 선 감독을 붙들 명분은 적었다. 선 감독은 한국에서 더 이상 이룰 것이 없었고, 국보급 투수의 일본 내 활약을 지켜보고픈 국민들의 열망이 거셌다.
하지만 양현종은 국내 활약이 조금 못 미쳤던 것이 사실이다. 데뷔 후 타이틀이 한번도 없었고, 팀 우승은 2009년 한번 이뤘다. 선 감독은 당시 3억 엔(당시 24억 원) 거액의 이적료를 받아 구단의 자존심 확립과 운영에 기여했다. 그러나 양현종은 20년 가까이 지났지만 이에 미치지 못하는 이적료다. KIA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단 KIA는 23일 광주에서 양현종과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과연 KIA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