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임대주택 정책이 나온 배경은 저출산 문제 해결에 그 목적이 있지만 정작 정치권은 무상논란에 빠져 본질을 망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신혼부부 집 한채 포럼', 정책 공방은커녕 엉뚱한 정쟁만 키워
사실 불필요한 논쟁을 부른 건 제안자인 새정치연합 홍종학 의원이었다. 홍 의원은 지난 4일 "모든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획기적인 임대주택 공급정책을 추진하겠다"며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 포럼의 출범을 예고했다. '임대'를 명시하긴 했지만 구체적인 소요 예산이나 임대료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홍 의원은 13일에야 우선 내년에 임대주택 3만호 공급과 전세자금 금융지원 2만 건 확대로 신혼부부 5만 쌍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예산 2,432억원을 반영하고 나머지 재원은 국민주택기금의 여유자금을 활용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장기적으로는 매년 신혼부부의 40%인 10만 쌍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100만호 비축을 목표로 제시했다.
본인 표현대로 '획기적'이고 '담대한' 정책 제안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문제는 여야가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의 예산 편성을 두고 팽팽히 맞서던 상황이라는 점이다. 포럼의 명칭부터 오해의 소지를 남긴 탓에 가뜩이나 나라 살림이 어려운데 야당이 또 다른 공짜 정책을 들고 나왔다는 비난이 먼저 터져 나왔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14일 신혼부부 포럼을 '복지 포퓰리즘의 종결자'로 규정하고 "새정치연합은 무상급식, 무상버스 공약에 이은 무상 시리즈로 언제까지 국민을 현혹할 것인가. 재원대책이 없는 복지는 더 이상 복지가 아니라 재정파탄과 국민 불행의 씨앗임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은 임대주택 공급정책을 호도하고 있다며 반격에 나섰지만 새누리당은 연일 비판 수위를 높였다. 뒤늦게 말을 바꿨다는 비난까지 더해졌다. 이군현 사무총장은 18일 "뚜렷한 재원조달 방안도 없는 선심성 공약도 나쁘지만 중대한 정책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상황에 따라 오락가락 말을 바꾸는 것 또한 정당으로서 무책임한 행동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새정치연합 내부에서조차 엉뚱한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합의되지 않은 정책을 당론인 것처럼 내세운 데 대한 반발도 있었다. 결국 홍 의원은 20일 당 의원총회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정책의 타당성에 대한 공방은 사라지고, 대신 '공짜' 논란과 '말바꾸기' 비난으로 정쟁을 자초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 수십조원 퍼붓고도 출산율은 그대로…'인구소멸 1호 국가' 오명 벗어야
그러나 이미 대통령 소속의 '저출산·고령사회 위원회'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국회 내 위원회가 저출산 해법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제정된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 따라 설치된 위원회는 1, 2차 기본계획에 의해 2006년부터 5년 동안 저출산 분야에 19조7,0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2011년부터는 배 이상 늘린 39조7,0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7년 간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단 한 번도 1.3명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저 수준인 1.187명까지 떨어졌다. 수십조원을 퍼부은 대통령 소속 위원회도 현재까지는 출산율 제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도 박 대통령은 재임 기간 단 한 차례도 회의를 주재하지 않았다.
인구학자인 영국 옥스퍼드대학 데이비드 콜먼 교수는 2006년 한국을 인구소멸 1호 국가로 지목했다. 앞으로 300년이면 한국이 지도상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충격적인 경고였다. 새정치연합 문희상 위원장은 늦게나마 명칭에 따른 오해의 여지를 인정하며 여당에 정책 경쟁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금은 불필요한 정쟁이 아니라 재난 수준의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창조적인 경쟁을 펼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