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터줏대감이던 김동주(38)는 20일 구단과 면담 끝에 은퇴와 코치직 제안을 뿌리치고 현역 연장을 위해 방출을 요청했다. 두산이 2015년 보류선수 명단에서 빼면서 김동주는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새 팀을 찾을 수 있다.
김동주는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우타자였다. 1998년 OB(현 두산)에서 데뷔한 이후 지난해까지 16시즌 동안 1625경기 타율 3할9리 273홈런 1097타점을 올렸다. 잠실이라는 큰 구장을 쓰면서도 6시즌 20홈런 이상을 기록했다.
전성기를 지났다고는 하나 워낙 대단한 경력을 지닌 선수다. 몸 상태만 좋다면 타율 2할8푼 두 자릿수 홈런 70타점 이상은 해줄 수 있는 재목이다. 2001년 한국시리즈 우승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등 큰 경기 경험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베테랑 거포가 목 마른 팀들은 충분히 구미가 당기는 선수다. 내년 1군에 합류하는 kt가 그렇다. 대부분 신인급으로 신명철(36)이 최고참인 kt는 김동주가 가세하면 확실하게 중심을 잡아줄 수 있다. 현 막내 NC에서 이호준(38)이 했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조범현 kt 감독도 "입단 테스트 기회를 줄 것"이라며 김동주 영입 의사를 보였다.
▲kt, 특별 지명-FA 변수…김성근 감독 "김동주 기회 준다"
다만 kt는 특별 지명 선수와 FA, 외국인 선수라는 변수가 있다. 최근 kt는 외국인 타자로 앤디 마르테를 영입했다. 지명 타자와 1루, 외야도 가능하다지만 주 포지션은 3루수다. 김동주와 겹친다. 여기에 FA와 특별 지명을 통해 비슷한 역할을 베테랑이 올 수 있다.
후배들의 귀감이 될 베테랑의 역할도 다소 불안한 상황이다. 김동주는 빼어난 성적에 비해 팀을 이끌 리더십에서는 개인적 성향과 관련해 의문 부호가 따라다닌 것이 사실이다. 야구계 일각에서는 개성과 자존심이 강한 김동주를 kt에서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한화도 김동주에 관심이 있다. 마땅한 주전 3루수가 없는 까닭이다. 김성근 감독도 김동주에게 기회를 줄 뜻을 드러냈다.
여기에 베테랑의 부활에 일가견이 있는 김 감독이라면 충분히 김동주의 영화를 재현해낼 수 있다. 김재현 코치가 SK 시절 김 감독 밑에서 화려하게 되살아난 전례가 있다. 김 코치는 고교 시절은 물론 LG에서 뛸 때부터 김동주와는 라이벌이었다.
더욱이 김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다. 이른바 선수들과 기 싸움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김 감독이야말로 김동주를 컨트롤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말이 나온다.
이밖에 3루수가 필요한 LG도 김동주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LG는 두산에서 역시 은퇴 권유를 받던 김선우를 지난 시즌 뒤 영입한 바 있다. 과연 김동주의 새 둥지는 어디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