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문경은 서울 SK 감독은 포워드 박승리(24, 198cm)를 보면 흐뭇하기만 하다. 수치 상으로 뛰어나지는 않지만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울산 모비스와 홈 경기를 앞두고 문 감독은 "박승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상대 양동근과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2 대 2 공격을 막을 핵심 선수라는 것이었다. 신장의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문 감독의 설명은 이렇다. 2 대 2 픽앤드롤플레이 수비에서 스위치가 이뤄져 가드가 상대 센터를 맡아야 할 상황이 생긴다. 그러면 쉽게 2점을 내주게 되는데 박승리는 신장과 힘을 갖추고 있어 수비에서 한번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가드 김선형이 아닌 박승리가 양동근 수비를 맡는다는 것이다. 문 감독은 "선형이는 아무래도 미스매치 상황에서 라틀리프를 막기가 힘겹다"면서 "그러나 박승리라면 좀 버틸 수 있고 김민수나 다른 장신이 도움 수비를 올 시간을 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박승리는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27분여를 뛰면서 6점 6리바운드를 올렸다. 상대 매치업인 박구영(185cm)을 제치고 어려운 레이업 슛을 성공시켰다. 단순한 수치보다 수비에서 든든했다. 라틀리프나 함지훈 등 상대 빅맨을 수비하는 상황에서 버티는 힘이 달랐다.
김민수가 이날 도움 수비로 블록슛을 4개나 하는 등 제공권에서 앞설 수 있었던 것도 박승리의 힘이 적지 않았다. SK는 리바운드에서 42-29, 블록슛에서 8-2로 크게 앞섰다.
출전 시간이 크게 늘었다. 한국 무대 데뷔한 지난 시즌 평균 11분13초에서 올 시즌 19분35초를 소화하고 있다. 그만큼 팀 내 비중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사실 박승리는 혼혈 귀화 선수 치고는 명성이나 활약이 미미하다는 평가였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MVP 문태종(창원 LG)이나 챔피언결정전 MVP 문태영(모비스), 최고 가드로 꼽히는 전태풍(부산 kt) 등에 가려졌다. 자기 역할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SK가 괜히 신인 지명권 1개를 포기하면서까지 박승리를 데려왔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데뷔 2년째를 맞아 박승리는 점점 발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30대를 훌쩍 넘긴 다른 귀화 선수와 달리 20대 초중반의 나이다. 정점을 찍을 여지가 더 많은 것이다. 문 감독은 "승리가 여러 모로 쓸데가 많다"면서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다. 최근 5연승의 숨은 공신이라는 것이다.
다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문 감독은 "사실상 미국에서 자라났지만 우리 농구 문화에 잘 적응하고 있다"면서도 "최근 좀 잘 한다고 어깨에 힘이 들어간 것 같더라"고 웃으며 살짝 지적했다. 이름처럼 SK의 고공행진을 이끌고 있는 박승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