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2차 연장까지 갔던 고양 오리온스와 승부였다. 당시 1, 2위 팀이던 모비스와 오리온스는 4쿼터와 1차 연장 막판 동점이 되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을 펼쳤다. 모비스의 100-91 승리로 끝났으나 오리온스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한 명승부였다.
SK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말에 문 감독도 "우리도 그런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면서도 "그러나 연장은 가면 안 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모비스는 11연승 중인 선두였고, SK 역시 4연승 포함, 최근 7승1패의 상승세를 달리고 있었다. 최근 대승과 대패가 잇따라 맥이 풀리는 프로농구 판에 모처럼 명승부가 기대되는 경기였다.
때문에 이날은 취재기자만 30명이 넘게 경기장을 찾았다. 관중석도 6624명, 올 시즌 SK 홈 경기에서 두 번째로 많은 관중이 몰렸다. 평일임에도 창원 LG(6432명), 오리온스(6529명) 등 어지간한 주말 빅매치보다 많은 팬들이 왔다. 두 팀 승부에 대한 중요성과 기대감을 알 만한 대목이다.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한 명승부
그러나 승부처에서 SK 김민수-김선형 듀오가 빛을 발했다. 김민수는 2점 차로 뒤지던 4쿼터 종료 4분 23초 전 상대 아이라 클라크의 골밑슛을 강력하게 블록한 데 이어 호쾌한 덩크로 동점을 만들었다. 김선형은 김민수의 덩크를 어시스트했고, 종료 직전 통렬한 3점포와 더블 클러치 묘기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문 감독도 종료 1분 16초 전 작렬한 김선형의 3점포에 주먹을 불끈 쥐고 짜릿한 승리를 예감했다. 경기 전 바랐던 명승부는 물론 승리까지 더해진 기쁨이었다. 시종 시소 게임이던 승부는 결국 김민수(22점 7리바운드)와 김선형(14점 3점슛 2개)을 앞세운 SK의 77-68 승리로 막을 내렸다.
양 팀 감독과 선수들, 취재진, 팬들까지 모처럼 농구의 재미를 만끽했던 경기였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경기 후 아쉬운 얼굴에도 "선수들이 잘 해줬다"고 했고, 문 감독도 상기된 표정으로 김민수를 극찬하며 기쁨을 드러냈다.
▲모비스 문태영 공백 컸다…12월 27일 재대결
다만 이 보기 드문 명승부에 2% 아쉬움이 남았다. 바로 모비스 에이스 문태영(36, 194cm)의 부상이었다. 문태영은 2쿼터 수비 도중 점프 뒤 착지하면서 김민수의 발을 밟아 왼발을 접질렸다. 그럼에도 코트를 지켰지만 결국 후반에는 벤치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문태영은 올 시즌 평균 16.76점을 올려주고 있는 주포다. 득점 전체 6위, 국내 선수 1위다. 특히 승부처 클러치 슈터로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MVP까지 올랐다. 그런 문태영의 공백 속에 강팀 SK는 버거웠다.
만약 문태영이 있었다면 더 멋진 승부가 나왔을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다. 하지만 SK 역시 팀에 소금과도 같은 역할을 해주는 신인왕 출신 센터 최부경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이었다. 다만 SK는 최부경의 공백을 김민수가 너끈하게 메웠고, 모비스는 경기 중 에이스의 부재를 다 만회하지는 못했다.
문태영은 21일 오전 검진을 통해 부상 정도와 회복 기간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포스트시즌 못지 않은 진땀 승부를 펼쳤던 두 팀. 다음 경기에서 어떤 드라마를 쓸지 지켜볼 일이다. 다음 달 27일 울산에서 리매치가 진짜 승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