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무적자 설움 벗은 전과 12범 '화제'

주민등록번호 없이 평생을 살아온 30대 절도 피의자가 검찰의 도움으로 무적자(無籍者) 설움을 벗게 돼 화제다.

18일 대구지검에 따르면 지난 1976년 갓난아기 때 서울의 한 보호시설에 맡겨진 최모(38) 씨는 15세가 되던 해 살던 시설을 뛰쳐나와 노숙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만 18세 성인이 됐지만 주민등록증을 신청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출생신고조차 돼있지 않은 그에겐 태어나는 순간부터 무적자 신세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최00, 76XXXX-1000000' 시설에서 알려준 이름과 생년월일이 전부인 그에 대한 사회의 냉대와 멸시는 가혹했다.

직업을 가질 수도 없었고, 교통사고를 당해도 합의금은커녕 병원 진료나 약 처방조차 받지 못했다.

횡단보도에서 뺑소니 화물차에 치여 왼쪽 엄지발가락이 잘려나가는 큰 부상을 입고 입원했지만 병원비가 두려워 치료가 덜된 발로 줄행랑을 쳤다.

쉼터나 보호시설을 돌며 간신히 허기를 달랬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때는 남의 물건에 손을 댔다.


10년 6개월간 교도소 생활을 하게 만든 전과경력 12차례도 대부분 주린배를 채우기 위한 생계형 범죄였다.

최 씨가 지난달 대구지검에 구속된 것도 배고픔을 참다못해 포장마차에서 생닭 2마리를 훔쳐서다.

이런 사정을 딱하게 여긴 검찰이 팔을 걷어붙였다.

대구 수성구청과 대구구치소로부터 협조를 얻어냈고, 최 씨는 마침내 지난 6일 생애 처음으로 주민등록번호를 발급받았다.

임의 주소지 선정이 난관이었지만 대구경북 법사랑위원으로 활동하는 강모 씨가 흔쾌히 자신의 자택 주소를 내줬다.

검찰의 지원을 받은 최 씨는 가정법원에게서 가족관계등록부 창설도 허가받았다.

주거지가 대구 고산동이서 본관을 '고산'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절도 피해자가 최 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았지만 수술과 장기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구속 기소했다"1며 "최 씨가 건강을 회복하면 여러 사정을 참작해 구형량을 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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