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이 '본관부터 꺼달라' 한 의혹도
- 농촌민박, 소화전 없어도 법적문제無
- 유족, 보여주기식 경찰브리핑에 실망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이승훈 (광주CBS 기자),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지난 토요일 밤, 담양에 위치한 펜션에서 불이나 4명에 숨지고 6명이 화상을 입었습니다. 사상자 대부분이 그곳에 묵고 있던 전남 한 대학의 동아리 회원이었는데요. 이번에도 안전 불감증이 부른 예견된 인재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먼저 취재기자 통해서 현장상황 알아보겠습니다. 광주 CBS 이승훈 기자 연결돼 있습니다. 이승훈 기자 나와 계시죠?
[박재홍의 뉴스쇼 전체듣기]
◆ 이승훈> 네, 광주입니다.
◇ 박재홍> 어제 현장 다녀오셨다고요. 현재 피해 원인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 이승훈> 네, 그렇습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가 바비큐장에서 고기를 굽던 중 불티가 실내 장식용으로 천장에 부착된 갈대에 튀면서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또 건물구조가 화재에 취약하고 소화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인명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박재홍> 현재 경찰수사 결과, 바비큐장과 공동 취사장이 무허가 건물로 밝혀졌잖아요.
◆ 이승훈> 그렇습니다. 문제의 바비큐장은 건축물로 등재되지 않은 불법건축물이었습니다. 바비큐장은 당초 비닐하우스 형태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붕과 일정 수 이상의 벽면을 갖춘 건축물을 지을 경우 가설 건축물 허가 신고를 거쳐야 하지만 펜션 측이 허가 신고 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무단으로 바비큐장을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 박재홍> 불법 건축물이라는 것이 더욱 충격인데, 현장에 소화기가 부족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얼마나 부족했던 건가요?
◆ 이승훈> 경찰은 화재 당시 바비큐장에 소화기가 없었다는 생존자 증언을 토대로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펜션에서 모두 9개의 소화기를 확보했는데 이 가운데 3개는 10년 이상 된 노후 소화기인 것으로 확인하고 국과원에 성능 등에 대한 감식을 의뢰했습니다. 생존자들은 바비큐장에는 소화기가 없었고 인근에 취사장에 소화기가 있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불을 끄는 데는 무용지물이었다고 진술했습니다.
◇ 박재홍> 현장에서 발견됐던 소화기를 작동했더니 10초간 발사됐었다는 증언도 있었는데요. 유족 측과 만나보셨습니까, 어떤 대응을 하겠다고 하시던가요?
◆ 이승훈>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입니다. 유족들은 어제 오후 담양 경찰서장의 언론브리핑을 보고 크게 실망하며 울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알맹이가 없는 보여주기식 브리핑이었다는 겁니다. 유족 측은 그러면서도 일단 경찰 수사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과잉대응은 자제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런데 그 펜션 주인이 현직 구 의원이고, 생존한 목격자 중 일부가 '사고 당시 펜션 주인이 소방관에게 엉뚱한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있어요. 어떤 내용입니까?
◆ 이승훈> 그렇습니다. 부상자 가운데 1명인 최모(55) 씨가 바로 광주 한 구의회의 현역 구 의원인데 펜션의 실질 운영자로 파악됐습니다. 최 씨는 지난 6·4지방선거에서 구 의원으로 당선된 초선입니다. 서류상 펜션 소유자는 최 씨의 부인으로 되어 있는데 최 씨가 사실상 펜션을 운영한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목격자 중 일부는 화재 직후 최 씨가 소방관에게 엉뚱한 요청을 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최 씨가 불이 난 바비큐장 대신 펜션 본관에 번지기 시작한 불을 먼저 꺼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다는 겁니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대처로 보입니다.
◆ 이승훈> 경찰은 어제 화재 현장을 정밀 감식을 한 데 이어 오늘도 추가로 정밀감식을 벌일 계획입니다. 또 아직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생존자들이 안정을 되찾는 대로 화재 전후 상황에 대한 진술을 들을 예정입니다. 경찰은 특히 불이 난 바비큐장이 건축물 대장에 존재하지 않는 불법시설인 것으로 판단하고 펜션 업주와 담양군청 직원들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할 방침입니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혐의가 드러날 경우 관련자들을 모두 사법처리하기로 했습니다.
◇ 박재홍> 광주 CBS 이승훈 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승훈> 고맙습니다.
◇ 박재홍> 이어서 소방방재전문가 연결해서 관리감독에 문제는 없었는지 짚어보기로 하겠습니다. 경일대 소방방재학과의 공하성 교수 연결되어 있습니다. 교수님 나와 계시죠?
◆ 공하성>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우선 목격자 진술을 들어보면 '고기를 굽다가 갑자기 숯불에 불이 붙었고 이 불을 끄기 위해서 물을 부었는데 순식간에 불이 천장까지 치솟았다' 이런 증언이거든요. 천장 높이가 2.5m인데 이게 가능한 상황입니까?
◆ 공하성> 가능합니다. 이것을 전문용어로 슬롭오버(slop-over) 현상이 발생했다고 하는데요. 바비큐를 할 때 뜨거운 기름이 아래의 숯불로 떨어지게 되는데 이때 고기의 기름도 같이 타면서 온도가 상승하게 되고, 이 상태에서 자칫 이번 상황처럼 물이라도 뿌리게 되면 기름 속에 물이 들어가서 물이 끓게 되고 이것이 수증기로 변합니다. 물이 수증기로 변할 때 부피가 무려 1,600배 이상 커지게 되는데요.
◇ 박재홍> 1,600배요?
◆ 이승훈> 그렇습니다. 그래서 폭발하듯이 끓어오르는 물과 함께 불이 붙은 뜨거운 기름이 함께 위로 튀어 오르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기를 구워먹는다든가 바비큐 요리를 할 때는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물을 뿌리면 안 됩니다.
◇ 박재홍> 가정에서도 고기를 굽다가 화재가 나면 물을 뿌리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로 그런 행위를 하면 안 되겠군요?
◆ 공하성> 그렇습니다. 가정에서도 튀김 요리를 많이 하게 되는데요. 이때 물을 뿌리는 이런 행위는 절대 금지해야 되겠습니다.
◇ 박재홍> 화재가 시작된 바비큐장, 불법건축물이었고 구조를 보니까 벽은 스티로폼 판넬, 천장은 억새로 돼 있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인 요인들이 화재에 더 큰 영향을 끼쳤다 이렇게 볼 수 있을까요?
◆ 공하성> 한 마디로 온통 불에 잘 탈 수 있는 가연물로만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졌고 지붕은 불이 옮겨 붙기 쉬운 억새로 덮여 있어서, 불이 순식간에 지붕과 샌드위치 패널로 번지고 샌드위치 패널의 스티로폼에서는 유독가스가 발생했는데요. 이 유독가스가 의식을 잃게 해서 힘든 상황을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은 생명까지 앗아가는 그런 결과를 초래한 것입니다.
◇ 박재홍> 아무리 그래도 17평가량의 공간에서 20여 명의 사람이 빠져나올 여유가 없었을까요? 그 중에는 건강한 대학생들도 많았는데요.
◆ 공하성> 불이라는 것이 처음 발생하고 1, 2분 정도 지난 상태라면 쉽게 끌 수 있겠지만, 한 3분만 지나도 급격히 확대돼서 걷잡을 수 없게 되고요. 또한 유독가스까지 발생하게 되면 의식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쉽게 빠져나오기 어려운 상황이 됩니다. 화재가 발생하면 누구나 우왕좌왕하고 당황해서 패닉에 빠지기 때문에 1, 2분은 금방 지나갈 수 있습니다.
◇ 박재홍> 이 바비큐 파티장이 불이 많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가장 소화기가 필요한 곳이었는데 정작 소화기가 없었다는군요. 이러한 농어촌 숙박시설의 경우 어떤 식으로 소방감독을 받고 있습니까?
◆ 공하성> 이와 같은 농어촌 숙박시설은 원래 소방법 상 숙박시설로 해서 안전규제를 해야 되는데 숙박시설에서 제외되어 있고요. 그래서 간단한 소화기만 설치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스프링클러라든가 소화전 설비 같은 것들은 설치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소방법의 적용대상에서 대부분 제외되기 때문에 법적으로 소방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 박재홍> 그런데 요즘 펜션이 전국적으로 많은 상황인데요, 불법 건축물이라든지 소방안전시설이 이번 사건이 있었던 담양 펜션과 비슷한 상황일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시나요?
◆ 공하성> 전국적으로 펜션은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까도 말씀드린 대로 샌드위치 패널은 스티로폼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화재가 나기도 쉽고, 화재가 나면 유독가스가 쉽게 발생되기 때문에 아주 위험한 시설이 대부분이라고 하겠습니다. 철저한 안전규제가 필요하겠습니다.
◇ 박재홍> 소방안전의 지각지대이기 때문에 관련 법령이 더 보완돼야겠군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공하성> 네.
◇ 박재홍> 경일대 소방방재학과의 공하성 교수였습니다.
[박재홍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