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하진은 15일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 2014 천하장사씨름대축제' 여자부 결승전에서 같은 학교 동갑내기 동료 김한솔에 2-1,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정상에 올랐다.
여자 천하장사대회 초대 장사로 기록되는 영예를 안았다. 여자 대회는 국민생활체육연합회 주관 대회가 있지만 대한씨름협회가 주최한 대회는 올해가 처음이다. 엄하진은 황소 트로피와 함께 경기력 향상 지원금 1000만 원을 받았다.
이변의 우승이었다. 엄하진은 8강전부터 강자들과 만났다. 준준결승에서 씨름 경력 23년인 베테랑 변진록(54, 강원일반)과 맞붙었지만 스무 살 패기로 넘었다.
4강전이 최대 고비였다. 상대는 전 유도 국가대표 출신 이진아(31, 증평군체육회).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2-1로 눌렀다. 승리는 거뒀지만 체력을 거의 소모한 상황.
더욱이 김한솔은 74kg으로 엄하진(63kg)보다 체격적으로도 유리했다. 게다가 지상파 중계 방송 시간 때문에 엄하진은 4강전 뒤 곧바로 결승전을 치러야 했다.
첫 판을 김한솔이 들배지기로 따낼 때만 해도 손쉬운 승부가 예상됐다. 그러나 엄하진은 둘째 판을 접전 끝에 돌림배지기로 따내며 기염을 토했다. 기세가 오른 엄하진은 역시 배지기로 김한솔을 누이며 모래를 뿌리는 우승 세리머니를 펼쳤다.
경기 후 엄하진은 "천하장사를 해보려고 진짜 이를 악물고 열심히 했다"면서 감격적인 소감을 밝혔다. 이어 "같은 팀 김한솔과 결승에서 만날 생각을 하고 대비했다"면서 "씨름은 작은 선수가 이기는 게 묘미다. 겁먹지 않고 자신있게 하자고 마음 먹었다"며 우승 비결을 귀띔했다.
구미 출신인 엄하진은 중학교부터 고교 때까지 유도를 했다. 그러나 고 3 때 장 수술을 받아 선수 생활을 중단해야만 했다. 엄하진은 "할 줄 아는 게 운동뿐이었는데 앞이 캄캄했고, 아버지도 많이 속이 상하셨다"고 돌아봤다.
그러다 박상언 현 감독의 권유로 새로운 길을 찾았다. 씨름 입문 2년 만에 천하장사까지 오른 것이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진검 승부가 될 생활체육연합회 주최 대회 우승이다. 엄하진은 "지난해부터 10번 넘게 나갔는데 2위만 3번 했다"면서 "이번 대회 우승을 계기로 강적들과의 대결에서도 우승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내가 많이 벌어야 한다"고 소녀 가장의 책임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