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에 희망을 걸자' 대치동 학원가 장사진

1차시에 10만원…"학원비 비싸다" 지적도

"줄을 서세요. 가예약 한 학생들도 줄 서서 학교랑 이름 적고 들어가셔야 해요."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날인 14일 이른 아침부터 서울 대치동 논술학원가는 이번 주말부터 시작되는 수시모집 논술시험에 대비하려는 학생들과 학부모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상위권들이 많이 다닌다고 소문이 난 한 학원에서는 아직 등록을 하지 못한 학생과 학부모 50여명이 학원 밖 복도까지 길게 줄을 늘어섰다.

일부 학생들은 학원을 찾지 못해 은마아파트입구 사거리에서 지도를 보며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수업에 늦을까 봐 발을 동동 굴렀다.

강동구 한 고등학교를 졸업한 재수생 이채연(19)씨는 "수능 보기 전부터 대치동 논술학원에 5만원을 내고 가예약을 걸어놨다"며 "수시모집 논술전형은 수능점수로는 갈 수 없는 대학에도 도전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송파구에서 온 학부형 A씨는 "아침 일찍부터 나와 논술학원 대여섯 개를 쭉 돌아보는 중이라 마음이 급하다"며 "수시논술은 엄마의 정보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수능이 끝나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논술학원 근처 분식집에서는 머리를 맞대고 '전략'을 짜는 모자의 대화가 이어졌다. 인근 고교 3학년 박모(18)군의 어머니 A씨는 "수능을 조금 망쳤지만 논술을 잘 보면 최저등급이 되니 목표 대학에 합격할 수 있다"며 아들을 다독였다.

전날 수능시험을 보자마자 지방에서 차를 타고 상경한 학생들도 있었다.

울산에서 온 자연계 학생 김모(18)군은 "어젯밤 부모님 차를 타고 서울 친척집에서 하룻밤 자고 아침에 바로 대치동으로 나왔다"며 "내일 당장 경희대 의예과 논술시험이라 오늘 하루라도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5개 대학 의예과에 수시지원을 했다는 인근 고교 3학년 이모(18)군은 "국어A를 망쳐서 수시 논술에 대한 부담이 크다. 수능이 끝나도 마음이 전혀 홀가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인근 고교 학생들은 가채점을 마친 뒤 삼삼오오 논술학원가로 쏟아져 나왔다. 한 자연계 수험생은 "가채점 결과를 보니 최저등급은 넘길 수 있을 것 같아 수시에 올인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 논술학원 관계자는 "수능 전부터 이미 등록 예약이 꽉 차 있고 어제부터 방문 상담이 끊이지 않아 전화 상담은 받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논술학원비가 부담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인근 고교에 재학 중인 자연계 수험생 박모(18)군은 "건국대, 한양대, 단국대, 광운대 등 6개 대학에 지원했는데 논술 수험 1차시당 수강료는 10만원 정도 된다"며 "한 대학당 1차시 이상 수업하는 경우도 있으니 논술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100만원은 훌쩍 쓰지만 공부한 것이 시험에 나오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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