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일 투쟁' 눈물로 얼룩… 쌍용차 해고노동자들 '망연자실'

대법원, 정리해고와 부실 부풀리기까지 회사측 손 들어줘

대법원이 13일 오후 쌍용차 해고노동자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정리해고가 유효하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낸 가운데 쌍용자동차 노조원이 김득중 지부장과 눈물을 흘리고 있다. (황진환 기자)
"6년의 시간동안 정말 벼랑 끝에서 죽음을 지켜보면서 걸어왔던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대법 재판부가 오늘 해고 노동자들에게 다시 대못을 박았다 생각합니다"

2002일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상황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13일 대법관이 아무런 사전 설명 없이 "원심을 파기한다"고 담담히 읽어내려가자 법정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에게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결말이었다.

그날 다수의 사건들이 줄줄이 기각됐지만 유독 한 사건, 쌍용차 사건에 대해서만 대법원은 원심 파기를 선언했다. 대법원이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정리해고는 무효"라는 서울고등법원의 2심 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되돌려보낸 것은 해고 노동자들에게는 사형 선고와 같았다.

열흘 전 대법원 앞 차가운 땅바닥에서 2000배를 하며 복직을 간절히 염원하던 해고 노동자와 가족들은 불과 몇초만에 끝나버린 얼음장같은 판결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법정에서 나온 해고 노동자들은 결국 까맣게 그을린 동료들의 얼굴을 보자마자 참았던 눈물을 훔쳤다.


올해 초 쌍용차 정리해고는 무효라는 2심판결 이후 다시 회사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지냈지만 상황은 순식간에 절망으로 바뀌었다. 해고 노동자와 가족들을 도왔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수녀도 가족들을 부등켜안고 막막함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29살에 입사해 8년만에 정리해고 당한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은 회사 로고가 박힌 작업복을 다시 입고 싶다는 꿈을 접어야 했다.

이 실장은 "우리가 방청을 하면서 많은 사건을 봤지만 대부분 기각됐다. 쌍용차 사건만 유독 파기환송시키는 정치편향, 몰염치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특히 노동자들은 자살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25명의 동료들을 생각하며 가슴을 쳤다.

투쟁을 이끌어온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은 "6년의 시간동안 벼랑 끝에서 죽음을 지켜보면서 걸어왔던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대법원 재판부가 다시 대못을 박았다"며 한탄했다.

김 지부장은 "6년간 순간순간마다 질기고 모된 과정 속에서도 또다른 행동과 결단을 한 것처럼 우리는 이 시간 이후에 또 다른 행동을 결정할 것이다"며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반드시 공장으로 일터로 돌아가겠다"고 투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해고자 복직마저 무산된 마당에 해결해야할 과제는 산더미처럼 남아있다.

정리해고가 아닌 파업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징계 해고된 19명의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8명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또 파업의 대가로 노동자들에게 지운 국가와 회사의 손해배상액은 47억여원(회사 33억원, 경찰 13억7,000만원)에 달한다. 게다가 파업 당시 시설 파손이나 화재로 인한 손실로 보험회사와의 110억원대 구상권 청구 소송이 시작된다.

무엇보다 이번 해고 무효 소송이 다시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진 만큼 법정 싸움을 이어가야 한다.

사건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여는' 김태욱(37) 변호사는 "파기환송심에서도 새롭게 심리해 새로운 사실관계를 밝히면 다른 판단을 받을 수 있다"며 파기환송심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어 "쌍용차가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하고도 이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정리해고를 했다"며 "고용안정협약을 위반한 해고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으므로 이 부분을 파기환송심에서 집중적으로 주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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