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역사상 전세계에 가장 널리 알려진, 그리고 많은 경험을 했던 선수가 박지성이라는 의견에는 축구팬 모두의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박지성도 정복하지 못한 대회가 있다. 바로 아시안컵이다.
한국은 1960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아시안컵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도전은 계속됐지만 결과는 번번히 실패였다. 한국 축구가 최근 들어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는 평가를 받는 2011년에도 결과는 3위였다.
이 때문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릴 아시안컵에서 기대하는 결과도 당연히 우승이다. 하지만 이미 아시안컵에서 실패를 경험한 박지성은 과도한 기대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13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지성은 대표팀의 아시안컵 전망을 묻는 취재진의 물음에 조심스러운 답변을 내놨다.
"브라질월드컵 이후 대표팀의 경기를 보지 못했다"고 입을 연 박지성은 "새 감독이 왔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 4년이라는 시간을 계약한 것은 다음 월드컵을 준비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승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주변의 큰 기대는 대표팀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빠른 시일 내에 팬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시안컵에서는 우리가 원하는 우승은 힘들 수도 있지만 소기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성은 개인적으로 2004년과 2011년 아시안컵에 출전했지만 각각 8강 탈락과 3위로 '아시아 정상'에 오르지 못한 기억이 있다.
이 때문에 박지성은 스스로도 "선수 생활을 하며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회가 아시안컵"이라며 "너무 오랫동안 우승하지 못해 한국이 아시아 최강의 팀으로 불릴 자격이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한국에서는 아시안컵이 갖는 의미만큼의 기대가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박지성은 후배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것은 빼놓지 않았다.
"감독 교체에도 우승을 목표로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한 박지성은 "재능있고 어린 선수들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큰 기대를 하지는 않겠지만 한국의 전력이라면 충분히 우승을 노릴 수 있다. 부상 없이 지금의 컨디션을 잘 유지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