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 송 : FM 98.1 (06:00~07:00)
■ 방송일 : 2014년 11월 13일 (목) 오전 6:38-47(9분간)
■ 진 행 : 김덕기 (CBS 아나운서)
■ 출 연 : 변이철 (CBS 노컷뉴스 문화연예팀장)
뉴스로 여는 아침. 매주 목요일은 검색어를 통해서 우리사회 트랜드를 짚어봅니다.
CBS노컷뉴스 변이철 기잡니다.
▶ 변 기자, 오늘 첫 순선데요... 어떤 검색어를 가지고 나오셨는지 궁금합니다.
⇒ 예, 지금 제가 손에 따끈따끈한 책 한 권 들고 있습니다.
출간된 지 나흘된 ‘트렌드코리아 2015’라는 책인데요. 이 책은 청춘 멘토로 잘 알려진 김난도 교수가 있는 서울대 소비트랜드 분석센터의 2015년 새해 전망을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을 훑어보다가 ‘어번그래니(urban-granny)’라는 단어가 흥미를 끌어 좀 소개하고자 합니다.
▶ 어번그래니... 아주 낯선 단어인데요... 어떤 뜻인가요?
⇒ 예 어번은 영어로 ‘도시의’라는 형용사구요. ‘그래니’는 할머니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어번그래니’는 직역하면 ‘도시의 할머니’라는 뜻의 합성업니다.
이 말은 서울대 소비트랜드 분석센터가 만든 건데요. 좀 더 풀어서 말씀드리면 도회적이고 세련된 멋진 베이비붐 세대의 신세대 할머니들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지금 이 신세대 할머니들의 새로운 사고방식과 라이프 스타일이 시니어 세대의 패러다임을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어번그래니’ 그러니까 베이비붐 세대의 신세대 할머니를 새해 소비트랜드를 주도해나갈 10대 키워드 중 하나로 꼽고 있습니다.
▶ 그렇군요... 그런데 베이비붐 세대의 신세대 할머니들은 어떤 분들이죠?
⇒ 예 한국전쟁 이후 가장 아이를 많이 낳았던 인구 절정기에 태어난 세대를 보통 ‘베이비붐 세대’라고 하지 않습니까? 연도로 따지면 1955년부터 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말하는 데요
인구 규모는 2010년 통계청 기준으로 713만 명에 달합니다. 전체 인구의 14.3%를 차지하는데 그 자체로도 거대한 소비 집단입니다.
이들 베이비붐 신세대 할머니들의 선두 주자는 이제 막 손자·손녀를 보기 시작한 '58년 개띠' 전후의 분들로 보면 되겠습니다.
우리 나이로 쉬흔 일곱... 서른을 넘긴 자녀들이 슬슬 아이를 낳으면서 주변에서 ‘할머니’라는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는 연령입니다.
⇒ 예 이분들은 비록 한국전쟁의 폐허에서 태어났지만 초등학교 의무교육의 혜택을 받은 분들입니다.
또, 중학교 입시 폐지 1세대, 그리고 고교 평준화 1세대를 거치면서 평등의식도 비교적 강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대학 시절에는 미니스커트·청바지·고고장·음악다방 같은 새로운 문화를 자유롭게 향유한 세댑니다.
장성해서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내 자부심도 강합니다.
확실히 이전 세대보다는 학력과 소득수준이 높아서 자의식이 강하고 또 자유롭고 생활력도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그러니까 어느 정도 경제력도 있고... 자의식이 강하고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기질이 있다... 이런 말씀인데... 그렇다면 이 분들은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있을까요?
⇒ 예 이해를 돕기 위해 신세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좀 전해드리겠습니다.
"나는 젊어 보이게 늙어가다 그대로 확 죽고 싶다."
"나는 할머니, 어머님, 어르신이 아니다. 그냥 멋진 어른 여자다."
"나는 젊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젊다.“
지금 소개해드린 말들은 이제 막 손자 손녀를 보기 시작한 할머니... 아니 ‘젊은 시니어’들이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와의 인터뷰에서 쏟아져 나온 것입니다.
그러니까 “인생은 60부터”라는 명제를 행동으로 실천하면서 자신 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예 젊은 시니어들은 우선 건강관리와 외모에 관심이 많습니다. 자녀에게 의지하거나 엮이지 않으려는 경향도 강하죠.
당연히 할머니의 몫이었던 맞벌이 자녀의 육아도 이젠 당당히 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불가피하게 육아를 담당하게 되더라도 합당한 조건에 따른 일종의 계약으로 생각합니다.
또 부부 중심으로 취미생활을 즐기고 함께 여행을 다니며 노후를 보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 대척점에는 미련 없이 부부 관계를 정리하는 신세대 할머니들도 적지 않죠.
흔히들 여자가 나이가 들면 꼭 필요한 세 가지가 있다고 하죠. 혹시 뭔지 아십니까?
첫째는 딸이고 둘째는 돈, 마지막이 친군데 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친구'라는데도 이분들은 입을 모읍니다.
▶ 멋쟁이 할머니들이 이렇게 활력 있게 사시려면... 돈도 만만치 않게 들겠어요...
⇒ 그렇습니다. 세련된 우리 할머니들이 당당히 소비의 한 축으로 떠올랐습니다.
비만과 피부 관리부터 여성 질환 예방까지 종합적으로 관리해주는 5060 전용 토탈 에스테틱숍이 요즘 호황이랍니다.
또 아웃도어 의류 시장에서도 시니어 세대는 큰 손입니다.
화려한 색상과 캐주얼한 분위기의 아웃도어 의류를 입으면 실제보다 나이가 좀 어려보입니다.
이런 걸 '아웃도어 회춘 효과'라고 하는데요... 그 덕을 아웃도어 업체들이 톡톡히 보는 셈이죠.
온라인 쇼핑 '옥션'의 경우에는 유모차와 카시트 등 실제 육아에 필요한 제품을 구입한 시니어들이 전년 동기대비 35%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 할머니들이 육아용픔을 많이 구입한다... 어떤 이유가 있는 걸까요?
⇒ 예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두고 손주를 돌보지 않는 할머니들이 손주나 자녀에 대한 사랑 표현을 선물로 해결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또 손주를 돌보는 신세대 할머니들이 바쁜 엄마를 대신해 직접 육아용품을 구입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그리고 홀로 된 할머니들이 늘어나면서 애완동물 분양시장에서도 주 고객으로 떠으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옥션은 지난 7월 애완동물 판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 5060세대의 매출이 전년 동기 30% 성장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 그렇습니다. 한 디럭스 유모차 브랜드는 유모차 광고모델로 중견탤런트 선우용녀 씨를 기용했습니다.
유모차 구매 대상을 젊은 엄마로 생각했던 기존 업체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선택입니다.
출판업체 펭귄북스는 시력이 나빠진 시니어 독자들을 위해 글자 크기와 행간을 넓힌 책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GS숍은 지난해부터 시니어들을 위한 전문 온라인 쇼핑몰 '오아후'를 오픈해 본격적인 시니어 맞춤 서비스에 돌입했습니다.
미국은 우리보다 앞서 시니어 마케팅이 이미 자리를 잡았는데요...
50대 이상 여성을 위한 화장품 브랜드 '바이탈 레이디언스‘는 지난 2007년에 미국 화장품시장 최초로 60대 모델을 전격 기용하는 마케팅을 펼쳐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 그렇군요... 그럼 오늘 이야기를 정리 좀 해볼까요?
⇒ 예 신세대 할머니들의 새로운 사고방식과 라이프 스타일이 시니어 세대의 패러다임을 지금 완전히 바꾸고 있다.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이들의 변화된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비즈니스 성공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LG 경제연구원도 최근에 '시니어 마케팅의 출발점'이라는 보고서를 냈는데요...
"시니어 소비자들은 자신들에게 적합한 상품을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 방식으로 편리하게 받아들이고 싶어한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또 "시니어 소비자들에게 최적화된 마이크로 마케팅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먼저 얻는 기업이 마케팅 전쟁에서 한발 앞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어디 기업뿐이겠습니까? 나의 어머니나 이모님, 혹 할머님에 대해 "나이가 드셨으니 분명 이러이러 하실거야“ 이런 고정관념을 내 자신부터 벗어버리면 어떨까요?
”그냥 멋진 어른 여자"로 대우하는 겁니다. 분명 가족 관계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 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