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나아가 검찰은 새로운 통신장비를 개발할때 업체 내부에서 반드시 그에 맞는 감청장치를 구비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다음카카오 이메일도 감청거부…檢 내부 위기감 고조
다음카카오가 소셜네트워크(SNS)인 카카오톡 감청 영장 집행을 불응한데 이어 이메일에 대한 감청영장 집행을 거부한 것은 지난 7일.
인천지검 공안부는 국가정보원의 요청에 따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의 이메일 기록을 감청하기 위해 법원에 감청영장을 발부받았다.
그러나 다음카카오는 수사기관의 감청영장 집행 요구에 "내부 논의가 끝나지 않았다"며 사실상 집행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톡 등 SNS가 아닌 일반 이메일의 감청 영장 집행에 불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다음카카오가 SNS에 이어 이메일마저 영장 집행을 거부할 움직임을 보이자 강한 우려감을 표했다.
서울중앙지검 윤웅걸 2차장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감청은 개인범죄가 아니라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범죄나 살인, 납치 등 중대범죄에 한해 허용되며, 법원에서도 엄격한 요건 하에 영장을 발부한다"며 "법원이 영장을 발부해줬음에도 불구하고 수사현장에서 집행하지 못한다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지난달 감청영장에 불응하겠다고 밝힌 이후 실제 공안 수사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산하에 다음카카오가 법원의 카카오톡 영장 집행을 거부하고 있는 건수가 총 7건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모두 국가보안법 위반과 관련된 공안 범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나마 감청의 명맥을 유지하던 이메일마저 영장 집행을 거부당하자 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유선전화는 거의 사용하지 않아 감청이 무용지물이고, 휴대전화 감청은 기술적, 법적으로 불가능하며 SNS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카카오톡도 지난달부터 업체의 협조 거부로 감청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메일 감청마저 거부되면 현실적으로 감청제도 자체가 갑자기 사라지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심각성을 상기시켰다.
◈ 수세에 몰린 검찰 "감청장비 업체가 스스로 구비하도록 입법화해야"
다음카카오의 잇따른 감청 영장 집행 거부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검찰은 해외 선진국 사례를 들며 몇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우선 감청 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으면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처벌 조항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는 다음카카오가 감청영장 집행을 거부한다고 해도 물리력을 행사해 수사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방조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공무집행방해 등의 형사처벌을 내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김진태 검찰총장이 국정감사에서 언급한 '열쇠공' 이론처럼 수사기관이 협조를 받지 않고 직접 서버에 접근해 감청을 실시하거나, 감청 장비를 개발해 투입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김 총장은 지난달 23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업체측) 협조안되면 직접 감청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문을 안열어주면 열쇠공을 불러다 문을 따는 것처럼 직접 (감청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통신업체의 고유한 운영체계를 방해할 수 있어 셧다운 등의 위험 부담을 안고 있다. 대검찰청에서도 자체 감청 기술을 연구하고 있지만 각 업체별로 운영체계가 다른데다 위험이 커 현실적으로 적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에서 가장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은 감청 장비를 법으로 의무화하는 것이다. 통신회사가 새로운 형태의 시스템을 개발하면 반드시 그에 맞는 감청 장치까지 개발하도록 법제화하자는 것이다.
검찰은 특히 통신기술을 개발한 사람은 감청 기술도 함께 개발해도록 한 미국의 '법집행을 위한 통신지원법'(CALEA: Communications Assistance for Law Enforcement Act) 등 선진국 사례를 들어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감청영장에 협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이버망명 등 대규모 이탈 사태가 벌어진 마당에 통신업체에 직접 감청장비를 개발하도록 법제화하라는 검찰의 요구는 더 큰 여론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사이버망명 등으로 업체가 합법적인 영장 집행도 거부할 정도로 여론이 좋지 않다"며 "하물며 업체가 직접 감청 장비를 개발하는 법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SNS에 이어 이메일마저 감청이 거부되자 수세에 몰린 검찰이 통신기관의 감청장치 구비 의무화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국회에 공론화 되기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