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관객을 넘기며 독립영화로는 눈에 띄는 흥행세를 보이는데도,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의 외면 탓에 상영관을 늘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 극장에서는 관객, 배급사 등의 요청으로 상영관을 빌려 주는 대관상영조차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1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다이빙벨은 전날 전국 28개 상영관에서 60회 상영돼 851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다양성영화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이래 누적관객수는 3만 1,759명.
같은 날 다양성영화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한 '다우더'가 38곳 상영관에 80회 걸려 225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다이빙벨의 흥행세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올해 2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은 독립영화들이 보통 70개 이상의 상영관에 걸렸던 전례로 봤을 때 다이빙벨의 고전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일이다. 이 정도로 관객을 모으면 수익을 낼 목적으로 극장들이 알아서 영화를 걸 법한데도 말이다.
이와 관련해 CGV 측은 "다이빙벨이 개봉할 당시 많은 영화가 차 있어서 개봉관을 주지 못했다"며 "최근 들어 상영관을 열어달라는 요청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개봉이 예정된 프로그램을 모두 다시 편성해야 하는 일이어서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롯데시네마 측도 "개봉작을 편성하면서 우리 측의 작품 선정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제외했었다"며 "따라서 중간에 상영관을 열어 주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이빙벨을 배급하는 ㈜시네마달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시네마달 관계자는 "다이빙벨이 경기도 다양성영화관 지원사업인 G시네마로 선정되면서 이 사업에 참여하는 메가박스에서만 개봉관을 줬고 창원, 제주 등지에서 대관상영도 진행할 수 있었다"며 "CGV, 롯데시네마의 경우 '개봉작으로 선정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고 해서 기다려 왔는데, 흥행이 되고 있는데도 열어 주지 않아 어떠한 힘이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고 했다.
이어 "상영관이 적다 보니 지역에서는 대관상영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멀티플렉스 극장의 지점과 얘기가 돼 대관상영 날을 잡아도 며칠 뒤 '본사에서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취소되고는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CGV와 롯데시네마 측은 이구동성으로 "본사 차원에서 대관상영을 허락하지 않은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상영관을 늘리기 어려운 현실에서 시네마달 측은 다이빙벨의 관람을 원하는 관객들에게 직접 영화를 들고 찾아가는 공동체 상영을 계획하고 있다.
다이빙벨이 입소문을 타고 좋은 흥행 성적을 내면서 이 영화의 상영관에 대한 문의와 대관상영을 요청하는 전화가 꾸준히 늘고 있는 까닭이다.
시네마 달 관계자는 "일단 멀티플렉스 측과 계속 이야기를 나누는 한편, 지역의 작은 영화관들과 접속을 늘려가며 장기 상영이 가능하도록 일을 진행하려 한다"며 "상영관을 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공동체 상영을 마지막 돌파구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