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월호 실종자 수색 작업 종료를 선언한 지난 11일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껏 기세를 올렸다.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 100여 명은 세월호 농성장을 철거하라며 이날 오후 광화문광장 맞은편인 동아일보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부 회원은 세월호 농성장까지 들어와 이를 제지하는 경찰과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세월호 정국이 장기화하면서 이른바 '보수' 집단은 노골적으로 유가족에게 적대감을 드러내왔다.
지난 9월에는 인터넷 극우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 일명 '일베' 회원을 중심으로 유가족의 단식 농성을 조롱하기 위해 농성장 앞에서 '폭식 시위'까지 벌이기도 했다.
세월호 농성장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김라영(44) 씨는 "며칠 전 한 시민이 지지 서명을 하는 척하면서 '이제 지겹다. 그만해라'라는 낙서를 하고 도망쳤다"며 "물론 지지해주는 시민이 더 많지만, 악의적인 시민들에게 뾰족한 대응방법도 없고 속만 상한다"고 말했다.
특히 세월호 유족들의 광화문광장 농성이 못마땅했던 이들은 실종자 수색 종료와 세월호 승무원에 대한 법원 1심 판결을 곧 세월호 문제의 종료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참사 이후 무려 210일이 지나도록 참사 진상규명 작업은 아직 단 한 발자국도 떼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세월호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됐지만, 정작 특별법에 따라 진상을 조사해야 할 진상규명위원회는 아직 인원 구성 방법조차 합의되지 않았다.
실종자 수색 종료가 세월호 문제의 끝이 아니라 참사의 본질적 문제 해결인 '진상규명'이 본격화하는 출발점이 돼야 하는 이유다.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오동석 교수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진행할 수 있는 사람을 인선하는 문제와 그 이후 조사 과정에서 의혹을 명확하게 밝히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오동석 교수는 또 "세월호 참사는 개별 사건이 아닌 사회 전반의 문제가 표출된 사안"이라며 "이번 기회에 안전사회를 위한 제도를 구축하지 않으면 누구나 피해자, 피해자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더 확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월호국민대책회의 이재근 공동상황실장도 "이제 '정부가 왜 구조하지 않았는가, 혹은 못했는가'에 대한 구조적인 의혹이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족들의 진상규명 바람도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단원고 희생 학생 정인 군 아버지인 이우근 씨는 "나도 예전에는 '농성'이라면 좋지 않게 봤지만,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최소한의 권리를 행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이우근 씨는 "사고 직후 구조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을 때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며 "유족들이 제기한 10대 의혹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반드시 참사의 진상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우리 아이들은 이미 하늘나라에 갔지만, 이제 내 아이가 아닌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춥고 힘들어도 농성한다"며 "시민들의 도움이 큰 힘이 되는 만큼 끝까지 도와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