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염경엽 감독은 말을 잇지 못했다. 눈앞에 보였던 한국시리즈 우승.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잠시 기자회견장을 나갔다.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기자회견장에 앉았지만, 눈가에는 여전히 눈물이 고여있었다. 그만큼 우승이 절실했다.
염경엽 감독은 선수로서는 빛을 보지 못했다. 1991년부터 2000년까지 태평양과 현대에서 줄곧 뛰었지만, 통산 타율이 1할9푼5리에 그칠 정도로 평범한 선수였다.
감독 자리에 오르기까지도 험난한 과정이었다. 은퇴 후 스카우트 등 프런트로 활동했고, 2007년 처음으로 현대 수비코치를 맡았다. 하지만 현대가 해체되면서 다시 LG에서 스카우트 등으로 지내야 했다. 지도자의 꿈을 접어야 하나 생각이 들 무렵 친정팀인 넥센에서 코치 제의가 왔다. 그리고 2011년 12월 넥센의 작전-주루코치를 맡았고, 2012년 12월 넥센의 지휘봉을 잡았다.
염경엽 감독 부임 이후 넥센은 달라졌다. 만년 하위권을 맴돌던 넥센은 지난해 처음으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올해는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왔다. 감독이 되기까지 아픔이 많았던 염경엽 감독은 우승이 간절했다. 하지만 삼성의 벽에 막혀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염경엽 감독은 “굉장히 아쉽고, 잊지 못할 시리즈가 될 것 같다. 정말 (우승이) 하고 싶었는데 정말 아쉽다”면서 “긴 레이스 동안 여러 어려움이 있었는데 정말 선수들이 잘 견뎌줬고, 잘 해줬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정말 고맙다. 비록 시리즈는 패했지만, 아픈 만큼 얻는 게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염경엽 감독과 넥센의 야구가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2015년 더 단단한 넥센으로 다시 정상에 도전할 계획이다.
염경엽 감독은 “팬들도 창단 첫 우승을 바랐을 텐데 죄송하다”면서 “끝났으니까 더 단단해지는 넥센 히어로즈가 될 수 있도록 더 준비를 잘 해서 올해 못 했던 우승에 다시 도전하겠다. 팬들의 바람, 선수들의 바람, 그리고 나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