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환(33, 삼성)은 그야말로 '가을 에이스'였다. 넥센 염경엽 감독의 걱정대로 2차전과 6차전에서 팀 홈런 1위 넥센의 방망이를 차갑게 식혔다. 삼성의 한국시리즈 4승 중 2승을 혼자 책임졌고, 첫 승리와 마지막 승리를 모두 자신의 어깨로 가져왔다.
윤성환은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한국시리즈 6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2차전에 이은 한국시리즈 2승째. 무엇보다 넥센의 강타선을 단 3안타로 막아냈다.
2차전에서도 윤성환은 완벽했다. 박병호에게 홈런 한 방을 맞았지만, 7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고 승리 투수가 됐다.
염경엽 감독도 6차전을 앞두고 윤성환을 칭찬했다.
염경엽 감독은 "좋은 투수다.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도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는 능력이 있다. 카운트가 몰릴 때 직구만 던지는 투수와 다르다. 어려운 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는 투수"라면서 "투 볼에서도 스트라이크를 던지기보다 타자를 치게 만든다. 우리처럼 파워 히터가 많은 팀은 이런 투수에 약하다"고 말했다.
장기인 명품 커브가 위력을 발휘했다. 염경엽 감독도 "초구 변화구는 노리지 않는 이상 잘 안 친다"면서 "윤성환은 커브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많이 잡는다"고 덧붙였다.
결국 윤성환은 6차전에서도 넥센 타선을 잠재웠다. 4회말 서건창에게 안타, 이택근에게 2루타를 맞고 1점을 내준 것이 전부였다. 피안타는 고작 3개, 볼넷도 1개에 불과했다. 투구 수 89개로 더 던질 힘이 있었지만, 엄지 손톱이 깨졌고 삼성이 10-1로 앞선 덕분에 6이닝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사실 윤성환이 가을 에이스의 본능을 발휘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윤성환은 2012년에도 2경기에 등판해 2승을 챙겼다. 11⅔이닝 동안 2점(자책점 1점)만 내줬다. 지난해 가을에는 다소 부진했지만, 올해 다시 가을 에이스의 제대로 된 힘을 보여줬다.
이제 윤성환은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FA 자격을 얻었다. 올해 성적은 12승7패 평균자책점 4.39. 최근 4년 동안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이다. 하지만 가을 에이스의 진면모를 보여주면서 몸값도 치솟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