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만남은 정상회담 형식을 띄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이펙 기간 중 박 대통령이 가장 먼저 만난 정상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중 FTA 타결을 환영하고 북핵과 관련해 북한이 핵포기에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이 벌써 다섯 차례에 이른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두 정상의 깊은 신뢰관계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상호 의존성이 심화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이 에이펙 정상회의 선도연설에서 중국이 관심을 갖고 미국이 주도하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맞서는 모양새를 띄고 있는 FTAAP(아태자유무역지대)에 대한 지지 입장을 나타낸 것은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우리의 전략적 고려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11일 정상회담은 20분에 불과한 짧은 만남이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함으로써 북핵에 대한 보조를 맞췄고 한·미·일 3국 간 협력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뜻을 같이했다.
아베 일본 총리와는 10일 '갈라 만찬'에서 조우했다. 사전에 대화 의제 등을 조율하지 않고 만나는 경우 아무리 길게 만났더라도 회담이 아니라 조우라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만찬장에서 옆자리에 앉아 꽤 오랜 시간 동안 두 나라 사이의 현안에 대해 심도있는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위안부 관련 국장급 협의가 잘 진전이 되도록 독려해 나가기로 한 점이 눈에 띈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조우에 대해서는 아베 총리가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여러 사항에 관해 서로 흉금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두 정상의 조우를 계기로 최악의 상태인 한일 관계가 개선되는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되지만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성의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우리 측의 입장이 바뀌지 않고, 일본의 과거사 부정 태도도 그대로인 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박 대통령을 찾아와 짧게나마 환담의 시간을 가진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박 대통령이 제안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북핵 해법,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는 나진항 개발 참여 등에서 러시아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편 박 대통령은 에이펙 정상회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동아시아 정상회의, 아세안+한중일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는 미얀마 수도 네피도로 12일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