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십조 들인 해외자원 '무용지물'…국내반입 '불가'

美연방법, 자원품질 등 이유로…MB자원외교 허상

최경환 경제부총리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범정부 차원의 지원 등을 통한 해외자원개발 투자 확대에 따라 석유·가스 및 전략 광물의 자주개발률을 획기적으로 제고했다" (2010년 10월4일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 국회 국감장)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이명박 정부시절 틈만 나면 참여정부와 비교하며 해외자원외교의 성과를 자랑했다.

참여정부때인 2007년 석유·가스의 자주개발률이 4.2%였던 것이 이명박 정부들어 2009년 9%로 높아졌고, 전략광물도 18.5%에서 25.1%로 늘었다는 것이다.

자주개발률은 해외에 의존하지 않고 필요한 자원 중 얼마난 우리 손으로 개발했는지를 보여준다. 자주개발률이 높을수록 주요 원자재의 수급에 차질이 있을때 해외에서 개발한 자원을 국내로 직접 도입할 수 있는 양이 많아진다.

그래서 자주개발률은 해외자원개발 성과를 재는 잣대가 됐다.

최 부총리의 말처럼 41조 원을 투입한 해외자원개발이 자주개발률을 끌어올렸을까.



◈ 하베스트 원유 품질나빠…국내 비축용으로 부적합

11일 CBS가 새정치민주연합 해외자원개발 국부유출 진상조사위 간사인 부좌현 의원을 통해 입수한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이명박 정부의 자주개발률은 '허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캐나다, 페루 등지의 석유광구에서 나온 자원은 현지법과 품질 등의 이유로 국내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우리가 현지에서 자원을 확보해도 현지 연방법에 따라 정부승인을 받아야해 국내 도입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자원수급이 불안정해지는 비상 상황에서도 이들 물량의 국내 반입이 불가능하다.


2008년 이후 미국 광구에 대한 투자가 집중됐는데 앵커, 이글포드, 올드홈 등 10건에 달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자료사진)
석유공사는 2010년 7월 로컬스왑방식(현지생산 물량을 현지 업체에 공급하고 국내 비축에 적합한 물량으로 상환받는 방식)으로 미국 앵커광구에 대해 국내 도입 계획을 발표했지만, 지난 2012년 감사원 감사에서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자문사 선정과정에서 정권개입 의혹이 일고 있는 캐나다의 하베스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하베스트에서 생산된 원유는 장기보관 때 엉키는 등 품질이 나빠 비축유로 적합하지 않아 국내로 들여오지 못했다. 하베스트에 투입된 돈은 떠안은 부채까지 총 5조 4,000억 원에 달한다.

두 광구에서 국내반입이 불가능해 해외자원개발의 의미가 없어지자 석유공사는 허위로 대책을 발표하고는 뒤로는 다른 업체로부터 비축용 원유 98만 배럴을 구입했다.

하지만 2009년 10월23일 국감에서 자원외교 성과를 묻는 질문에 최 부총리는 "캐나다 하베스트를 인수하는 등 유망 프로젝트 확보에 성공하고 있어 차츰 그 성과를 이뤄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1월과 12월 지분을 매입한 페르 사바이페루와 카자흐스탄 슘베사업은 이미 현지로 물량을 공급하기로 기존에 광권계약이 체결된 상태여서 해외자원개발이라는 말이 무색한 경우다.

사아비페루는 현지 국영 석유회사와 2023년까지 계약을 맺었고, 슘베사업은 전량을 현지 내수용으로 쓰도록 계약이 체결됐다.

이런식으로 국내반입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지역에 투자한 돈은 10조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단순한 지분투자로 실질적인 자원확보와는 무관하고 겨우 배당금만 챙길수 있는 형편인 것이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들어 해외자원개발의 성과로 원유를 국내에 도입한 사례는 현재까지 영국 '다나'가 유일하다.

감사원은 당시 지경부 장관인 최경환 부총리에게 "국내 도입이 가능한 물량을 기준으로 자원확보의 안정성을 측정하는 별도의 성과지표를 개발하고, 해외자원개발이 제대로 달성될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통보했다.

부좌현 의원은 "실제 국내로 반입이 어려운데도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해왔다"며 "자원의 자주개발률을 높인다는 당초 취지와는 전혀 다른 투자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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