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참석차 해외를 방문중인 때 '수색 종료' 발표가 이뤄졌다.
발표자는 '범정부사고대책본부장'인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었다.
담화문을 읽어 내려가는 이 장관의 목소리는 처음엔 차분했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을 비롯해 잠수사, 자원봉사자 등 수색 작업 내내 발 벗고 나선 이들을 언급하는 막바지 대목에 이르러 이 장관의 차분함은 흩어졌다.
이주영 장관은 복받치는 감정 탓인지 '울컥'했고, 떨리는 목소리 탓에 순간순간 담화문은 중단됐다.
사실, 이 장관은 세월호 참사 초기엔 '공적(共適) 1호'라는 얘기를 들었다.
이 장관은 실종자 명단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 해 피해자 가족들의 분노를 샀고 모욕을 당하기도 했다.
이후 139일간 사고 현장인 팽목항에 가족들과 함께 머물며 수색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으로 조금씩 신뢰를 회복해 나갔다.
참사이후 깎지 않던 수염은 지난 8월말 '한·중·일 교통물류장관회의'를 계기로 면도를 했다.
'4선 국회의원'출신인 이 장관이 정치인답게 '쇼맨쉽'을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실종자피해자 가족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했고, 세월호 가족들은 이 장관이 함께 남아 있어주길 희망하기도 했다.
아마도 '범정부사고대책본부장'으로서 만감이 교체할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당초, 정부의 수색작업 종료 담화문 발표 소식이 알려진 뒤 정치권과 관가, 언론사 주변에서는 이 장관이 담화문을 발표한 뒤 사퇴의 뜻을 밝힐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돌았다.
하지만, 담화문 발표 이후 이 장관이 사퇴를 결심했다는 얘기는 아직 없다.
개인적으로는 담화문 발표와 함께 이 장관이 사퇴의 뜻을 밝혔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장관으로서는 최선의 노력을 다 했지만, 아직도 차가운 바다속 깊은 곳에 남아 있을 9명의 실종자와 그 가족들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전격 사퇴'를 밝혔으면 진솔함이 더 와 닿았을 성싶다.
그리고, 오늘 수색 종료 담화문 발표도 이주영 장관이 아닌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함께 든다.
세월호 희생자 한 명, 한 명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지만, 동무들과 함께 꿈에 젖은 채 수학여행에 나섰던 어린 단원고 학생들을 생각하며 국정의 총 책임자인 대통령이 나서 '수색 종료'를 밝혔다면 더 의미가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 정상회담'이라는 이유 때문에 대통령이 국내에 없으니 어쩌랴.
그런데 굳이 '실종자 수중 수색 종료'라는 중요한 대국민 담화문 발표를 대통령이 없을 때 꼭 했어야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