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으면 감독 책임" 류중일 울릴 뻔한 8회말 재구성

10일 저녁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넥센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9회말 2사 1, 3루 상황, 최형우의 2타점 끝내기 우전안타로 2대 1을 기록하며 승리한 삼성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졌으면 감독 책임이었어요."

한국시리즈 5차전을 이기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삼성 류중일 감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8회말 무사 만루 찬스에서 아무런 작전을 내지 않았고, 결국 1점도 못 내면서 자칫 질 뻔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9회말 끝내기 역전 적시타가 터졌지만, 졌으면 모든 책임을 고스란히 덮어쓸 뻔 했다.

그렇다면 8회말 무사 만루 찬스는 어떻게 무산됐을까.

먼저 8회말 채태인이 안타를 치고 나갔고, 최형우는 볼넷을 골랐다. 이어 이승엽은 조상우의 공에 맞은 뒤 홈런만큼 기뻐했다. 이렇게 1점이 절실한 상황에서 무사 만루 찬스가 만들어졌다.

다음 차례는 박석민. 한국시리즈 4차전까지 단 1안타에 그친 박석민은 5차전에서 타순이 6번으로 내려간 상황이었다.


무사 만루에서는 첫 타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만약 첫 타자가 아무런 성과 없이 물러날 경우 두 번째 타자는 병살타라는 부담감이 생긴다. 하지만 박석민이 유격수 플라이로 물러났고, 이어 박해민, 이흥련이 연이어 아웃됐다.

류중일 감독은 "8회 무사 만루에 점수를 못 냈는데 그 부분이 참 아쉽다. 대타 카드를 썼어야 했다. 졌으면 감독 책임"이라면서 "무사 만루는 첫 타자가 잘 해야 한다. 첫 타자가 병살타를 쳐도 1점이 날 수 있다. 그런데 삼진이나 내야플라이가 나오면 다음 타자에게도 영향이 간다"고 말했다.

박석민은 삼성의 중심 타자 중 하나다. 그런데 1사 만루에서 타석에 선 박해민은 왼손 약지 인대 손상으로 100% 타격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게다가 2사 만루에 나온 이흥련도 올해 타율 2할2푼7리다. 그럼에도 대타를 안 쓴 이유는 무엇일까.

류중일 감독은 "박석민은 대타를 생각안 했고, 박해민 차례에 대타를 생각했다. 그런데 발이 빠르니 최소 병살은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타구가 1루로 가는 최악의 상황이 됐다"면서 "지나고 나서 보니 김태완도, 우동균도 있었는데 그게 아쉽다. 그래서 야구가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흥련 타석 때 대타를 쓰지 못한 이유는 포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수를 3명이나 포함시켰다. 하지만 선발로 이지영이 나왔고, 진갑용은 7회말 대타로 나와 안타를 친 뒤 대주자로 교체됐다. 1점 차에서 마지막 포수를 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어쨌든 삼성은 9회말 짜릿한 끝내기로 역전승을 거뒀다. 류중일 감독으로서는 기분 좋게 잊을 수 있는 8회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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