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하지 못한 성적에 충격에 빠진 축구팬은 당시 축구대표팀의 주전 골키퍼 정성룡(수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고 더 큰 분노를 쏟아냈다. 축구팬은 물론, 국민의 실망감이 극에 달해 있는 상황에서 천진난만했던 그의 모습이 보기 좋을 리가 없었다.
결국 많은 축구팬은 정성룡을 향해 질타를 쏟아냈고, 결국 정성룡은 월드컵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그라운드 밖에서 ‘내상’을 치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당연히 독일 출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축구대표팀도 정성룡에게 태극마크의 영광을 선사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성룡의 아픔은 그리 길지 않았다. 최근 4년 가까이 한국 축구대표팀의 붙박이 주전 골키퍼인 정성룡은 빠르게 예전의 기량을 되찾았다. 정성룡의 안정된 활약에 소속팀도 상위권 성적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비록 한순간의 실수로 많은 축구팬으로부터 엄청난 욕을 먹어야 했지만 그 이후 100일이 넘는 시간은 정성룡에게 ‘보약’과도 같았다.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더욱 훈련에 매진했고, 그 노력은 소속팀의 성적과 대표팀 재발탁으로 이어졌다.
요르단, 이란과의 중동 2연전 원정 평가전을 위해 축구대표팀에 소집된 정성룡은 10일 인천국제공항에 밝은 표정으로 나타났다. 출국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정성룡은 "월드컵이 끝나고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는 정성룡은 "다시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힘든 시간을 버텼다"고 대표팀 복귀 소감을 밝혔다.
"더 힘들었을 때를 생각하며 땀 한 방울 한 방울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연습에 매진했다. 준비되지 않고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는 정성룡은 "감독님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다른 어떤 말보다 선수는 운동장에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굳은 의지를 선보였다.
이어 "이제부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연습부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라며 "첫 훈련부터 소리 질러가며 수비수들과 호흡을 맞추겠다.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하는 모습뿐이다. 내가 경기를 뛰건 안 뛰건 개인적인 것보다는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