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대 3년째인 밴 헤켄은 그동안 단 한번도 3일 휴식 뒤 나온 적이 없었다. 30대 중반의 나이 때문에 구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 이런 시선도 있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KS 1차전 뒤 "밴 헤켄의 공이 정규리그만 못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밴 헤켄은 올해 20승6패 평균자책점(ERA) 3.51의 빼어난 성적을 냈다. 11년 만의 20승 투수였다. 지난달 28일 LG와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도 7⅓이닝 10탈삼진 4피안타 3실점(2자책)으로 이름값을 했다.
KS 1차전도 6이닝 6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다만 LG와 PO 때 148km까지 찍었던 구속이 6일 만의 등판인 KS 1차전 때는 144km였다. 3일 만의 등판이 무리가 아니겠느냐는 걱정이 나온 이유다.
밴 헤켄도 전날 일단 "정규리그부터 최상의 몸 상태였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3일 만의 등판은 처음이라 몸이 놀랄 수 있고, 약간 피곤할지 모르겠다"고 일말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밴 헤켄, 구속 오히려 더 늘어 '30연속 범타 기록까지'
하지만 밴 헤켄은 이런 우려를 눈부신 호투로 날려버렸다. 삼성 타선을 상대로 7회까지 4탈삼진 2피안타 무사사구 1실점 쾌투를 펼쳤다. 7회까지 투구수는 고작 80개였다. 당초 "6회까지 100개 정도로만 막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던 염 감독의 바람을 뛰어넘는 투구였다.
특히 KS 연속 범타 신기록까지 세웠다. 1차전에서 3회 야마아코 나바로에게 2점 홈런을 맞은 이후부터 밴 헤켄은 이날 6회까지 30타자를 연속으로 범타로 돌려세웠다. 기록이 멈춘 것도 7회 선두 타자 나바로의 1점 홈런이었다. 종전 기록은 배영수(삼성)가 2004년 현대와 KS 1차전부터 4차전까지 세웠던 24연속 범타였다.
특히 이날 밴 헤켄은 최고 구속을 146km까지 찍었다. 3일만 쉬고 등판했지만 오히려 구속은 KS 1차전보다 더 늘었다. 특유의 '포크볼 3종 세트'로 삼성 타선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직구 투구수 38개로 변화구보다 적었다. 투심 14개, 체인지업과 포크볼이 11개씩, 커브가 6개였다. 밴 헤켄은 포크볼의 각이 달라 슬라이더, 커브처럼 보이기도 한다.
넥센은 밴 헤켄의 호투 속에 유한준의 2회 3점포, 7회 솔로포, 4회 이택근의 2점포 등 타선이 폭발했다. 밴 헤켄은 7-1로 크게 앞선 8회 포스트시즌 첫 승리 요건을 당당하게 마운드를 내려왔다. 올해 최고 에이스의 위풍당당한 모습이었다.
1승2패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던 넥센은 밴 헤켄의 역투로 9-3 승리를 거두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승리 투수가 된 밴 헤켄이 당연히 경기 MVP였다.